감원 유발도 쟁의대상
노사 분규 ‘뇌관’ 부상
재계 불확실성 커져
원청 책임·노동쟁의 범위 등 확대
법 10일 시행… 산업계 긴장 고조
AI·로봇 도입 등 노사 분규 ‘뇌관’
현대차 ‘아틀라스’ 사례 확산 전망
모호한 ‘근로조건 영향’ 해석 논란
정부·使측 사회적 우려 소홀 지적
勞 “신기술 도입시 고용 안정 필수”
“使 로봇 도입 가속화 계기” 관측도 상>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이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동쟁의 대상 확대에 따라 신기술 도입도 쟁의 대상이 되면서 노란봉투법이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로봇 등 신기술 확대와 맞물려 산업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원청의 책임 확대, 노동쟁의 범위 확대, 노동쟁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다. 그간 경영계가 가장 저항해 온 부분은 ‘원청 책임 확대’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쟁의 범위 확대’에 관해서는 경영계를 포함한 사회적 우려가 과소평가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월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반발하면서 향후 이 문제가 전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전 쟁의 대상은 임금·근로조건 등에 한정되지만, 10일부터는 해고·구조조정 등 경영상 결정도 쟁의 행위 사유로 인정된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신기술 도입 그 자체가 쟁의 대상으로 인정되는 건 아니다. 지난달 노동부가 확정한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을 보면 ‘기술 투자’, ‘해외 현지 투자’ 등 투자 영역은 합병, 분할, 양도와 마찬가지로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사업 경영상의 결정 당시 영향이 추상적·잠재적 차원이면, 단체교섭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문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해석지침은 ‘경영상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경영상 결정이 막연한 우려 단계일 때는 쟁의 대상이 안 되고, 현실화할 때만이 쟁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안 미치는 게 있냐’는 경영계 반발이 따라붙는 이유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예컨대 로봇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투입 이후 감원 등으로 이어지면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주식시장만 봐도 하루 만에 급변하는데 이런 속에서 기업이 제일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투입에 대해 노조 반발이 옳냐 그르냐를 떠나 향후 굉장한 노사 분규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와 관련해 정부와 경영계 모두 우려를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원청 사용자의 책임 범위 확대(노조법 제2조 2호) 영향이 워낙 커 상대적으로 쟁의 범위 확대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기 줘 놓고 ‘거대한 수레’ 모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뜨겁다’고 외치는 것 같다”며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2∼3년이 아니라 1년 안에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예상돼 휴머노이드 로봇 등 도입은 기업의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통령조차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앞서 1월 이재명 대통령은 아틀라스 도입에 반발한 현대차 노조를 겨냥해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수레를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신기술 도입에 따른 노사 분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박 교수는 “무기를 쥐게 해 놓고는 ‘제발 쓰지 말아다오’란 말이 성립하냐”고 반문했고, 김 교수는 “현대차뿐 아니라 향후 조선, 철강 등 전 산업으로 로봇 투입 관련 분쟁이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도 로봇, AI 확산 문제는 개별 기업이 아닌 전 산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노조가 기술 도입 문제를 교섭 테이블로 끌고 와 회사 측에 설명을 요구하고,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며 “AI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교섭 요구가 늘 것이고, 결국 노조의 투쟁 문턱은 낮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사업주와 의견이 불일치할 때 외에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 있을 때도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진다.
현대차의 경우는 이미 단체협약에 ‘경영상 또는 기술상의 사정으로 인력의 전환 배치, 재훈련 및 제반 사항은 계획 수립 즉시 조합에 통보하고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측이 아틀라스를 투입할 때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가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계 “신기술 도입, 노조와 협의 필수”
노동계는 신기술 도입 시 노조와의 협의는 필수라고 주장한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의 존재 목적은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이라며 “노동조건의 변동이 있으면 당연히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해법 마련을 위한 노사 간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노조가 번번이 사측의 로봇 도입에 딴지를 걸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노동계는 ‘노조도 기업 경쟁력을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한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동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경쟁에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이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노조도 고민할 것”이라며 “뒤처지든 말든 당장 고용만을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는 노조가 얼마나 있겠냐”고 했다.
분명한 건 AI발(發) 고용 위협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실장은 “상식적으로 신기술이 고용에 영향을 안 미칠 가능성은 없다”며 “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가 대응하는 것이고, 완충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도 AI 도입 기업의 취업자 감소를 뒷받침한다.
‘AI 기술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줄었다. 지수로 환산했을 때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의 청년 취업자보다 그 감소 폭이 컸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층에 충격이 집중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로봇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측이 로봇을 더 적극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변화에 강하게 반발하는 조직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더 리스크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럴 바에 새 공장을 지을 때 인간의 개입이 없도록 기술에 더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무인공장 투자의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무조건 항복](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9/128/20260309519486.jpg
)
![[채희창칼럼] 도 넘은 ‘사법부 흔들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9/128/20260309519483.jpg
)
![[기자가만난세상] 日 응급의료센터와 파파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9/128/20260309519428.jpg
)
![[박현모의 한국인 탈무드] ‘무위의 리더’ 황희가 그립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9/128/2026030951935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