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이정도면 시즌 중에 ‘대행’ 자를 떼줘야 하는 것 아닐까.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첫 해 코치에서 임시 사령탑까지 맡은 박철우(41) 감독대행의 지도력이 놀랍다. 박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후 우리카드는 10승3패의 파죽지세를 달리며 단숨에 ‘봄 배구’ 진출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박철우 매직’이 2025~2026 V리그 남자부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장충체육관은 양 구단의 구단주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출동해 ‘회장 더비’로 치러졌는데, 우리카드가 최근의 기세를 이어가며 상대를 압도해내며 승리를 따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3연패에 빠졌다.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승점 3을 추가한 우리카드는 승점 46(16승15패)으로 승점 45(15승16패)에 그대로 머문 OK저축은행을 6위로 한 계단 끌어내리고 5위로 도약했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50, 16승15패)와의 승점 차는 불과 4에 불과하고, 4위 한국전력(승점 49, 17승14패)과도 승점 차가 3밖에 안 난다. 28일 KB손해보험과의 맞대결도 승리하면 이제 3위도 넘볼 수 있는 우리카드다.
이로써 우리카드는 2월에 치른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뒀다. 2월 첫 경기였던 2일 한국전력전에서 1-3으로 패한 뒤엔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승 행진의 제물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6일엔 ‘양강’ 중 하나인 현대캐피탈을 3-0 셧아웃으로 돌려세웠고, 10일엔 또 다른 양강 대한항공도 3-1로 눌렀다. 현 시점 V리그 남자부 최강팀은 우리카드라는 얘기가 성립되는 셈이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고공행진이다. 지난 시즌 2년 계약을 맺으며 지휘봉을 잡은 마우리시오 파에스(브라질)에게 올 시즌도 맡겼던 우리카드는 파에스 감독의 아쉬운 운영 능력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을 전전해야 했다. 파에스 감독은 팀의 주축인 세터 한태준,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이 비시즌 동안의 대표팀 차출 등으로 인해 떨어진 컨디션으로 부진했음에도 주구창장 선발로 맡기는 등 경직된 선수 활용을 보였다.
우리카드의 가장 큰 강점은 정지석(대한항공), 허수봉(현대캐피탈) 등 S급 슈퍼스타는 없지만, 준척급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선수단 재능의 총합은 여느 팀에도 부럽지 않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준척급 선수들을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 기용해야만 탄탄한 선수층이 빛을 볼 수 있건만 파에스 감독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3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우리카드는 6승12패로 승률이 33%에 불과했고, 결국 프런트는 칼을 빼들었다. 파에스 감독을 선수단 수장 자리에서 내보내고, 올 시즌 처음으로 코치 생활을 시작한 박철우에게 감독대행직을 맡겼다.
박 대행의 지도력은 기대 이상이다.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1월2일 OK저축은행전(2-3 패배)의 선발 라인업이 그의 비범함을 보여준다. 당시 박 대행은 선발 세터로 베테랑 이승원을 내세웠다. 그리고 3세트부턴 아웃사이드 한성정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두 선수 모두 파에스 체제에선 거의 코트 위에 설 기회를 못 받았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박 감독은 두 선수뿐만 아니라 매 경기 기록지가 빼곡할 만큼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 대부분을 기용하고 있다. 이는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요소요소마다 활용하는 박 대행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파에스 체제에서 부진해도 코트를 지켰던 선수들에겐 경각심을 주는 메시지였다.
선수단 전체에게 동기부여를 줌으로써 하나로 뭉치게 했고, 그 결과 우리카드는 박 대행 체제 아래 10승3패의 초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중반까지 예전의 재기발랄함을 잃었던 4년차 세터 한태준의 토스워크가 안정되면서 우리카드의 경기력은 더욱 상승세를 탔다. 시즌 초중반만 해도 생산력이 저조했던 외국인 아포짓 아라우조(브라질)의 공격력도 한태준의 토스가 살아나면서 덩달아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라우조는 5라운드에 득점 3위(138점)와 공격종합 2위(성공률 56.3%), 오픈 1위(성공률 50%), 서브 3위(세트당 0.522개)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여기에 김지한도 최근 부진의 터널을 뚫고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라우조-알리(이란)-김지한의 삼각편대가 잘 돌아가기 시작했다. 블로킹 1위 이상현과 베테랑 박진우가 지키는 미들 블로커 라인도 여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수비력이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몬과 원포인트 서버 스페셜리스트 정성규, 미들 블로커 조근호 등도 박 대행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이며 선수단 전체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우리카드는 28일 장충 홈으로 3위 KB손해보험을 불러들인다. KB손해보험마저 잡으면 준플레이오프에서 홈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는 3위까지 치고올라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박철우와 아이들’은 기적의 봄 배구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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