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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한국은 불변의 주적”… 남북교류·통일 사실상 폐기 [北 9차 당대회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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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조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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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 냉기류

金 “대북 유화책 서투른 기만극
국경지역 완전히 차단 조치 강구”
휴전선을 국경선 설정 가능성도

핵·재래식 전력 질적 강화 도모
실전 상황 운용 시스템 만들 듯
이례적으로 군 장비 등장 안 해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 결과는 ‘통미봉남’이었다. 미국에는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공을 넘겼지만 남한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로 규정하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재확인했다. 군사력 측면에선 내실을 다지면서 대남 압박을 지속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9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9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한·미 ‘선택적 외교’ 내세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지 않아야 미국과 대화에 나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20~21일 진행된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에서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국가의 현 지위’는 북한 헌법에 기재된 ‘책임있는 핵보유국’ 지위다.

 

남북 관계에선 대남 적대적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은 노동당이 조선반도에 존재하여온 비정상적인 관계에 역사적 종지부를 찍고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간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결단을 내린 데 대해 지적하고 불변한 원칙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대해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깎아내리며 “한국을 동족이란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고착”, “남부 국경지역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 등을 언급했다.

 

이는 향후 남북 관계 변화에 따른 대남 정책 전환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독자적인 국가 노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적대적 두 국가론을 노동당 규약에 명문화하거나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설정하는 영토 조항 등이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 유관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6일 언론간담회를 열어 북한이 노동당 규약에서 ‘전국적 범위의 혁명’ 등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용환 연구부원장은 “‘남부 국경선’을 언급한 것 등을 보면 통일이나 동족에 관한 내용 삭제는 거의 분명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사실상 남북 관계라는 틀을 폐기하고 관여하지 않는 ‘적대적 남남 패러다임’으로 변화를 요구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내부를 향한 메시지에서는 제8기(2021~2025년) 5개년 계획과 지방발전 정책의 성과를 강조한 것이 두드러진다. 국가경제의 지속적 발전과 과학기술 역량 강화, 인민생활의 실제적 개선을 주요 향후 목표로 제시했다.

 

◆핵·재래식 통합 등 軍 ‘내실 다지기’

 

군사력 분야에선 질적 강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고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핵·재래식 전력의 통합을 추진해 전력 증강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2023년 등장했던 ‘핵 방아쇠’라는 통합 핵위기대응체계의 가동 및 운용시험과 핵무기 취급·운용 숙달을 위한 각종 연습을 통해 핵 전투무력을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외 무력시위 및 전략적 억제력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핵무기나 기술력을 과시했던 과거의 기조에서 벗어나 실전 상황에서 핵무기를 체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5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이례적으로 무기 체계를 동원하지 않은 것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국방안보포럼에 따르면 2015년 10월 이후 13차례 열병식 중 군 장비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다양한 무기체계의 개발·생산·배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해군 수상 및 수중전력의 핵무장화를 중심으로 해군작전능력을 급속히,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것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새로 건조해서 배치한 최현급 구축함과 더불어 핵추진잠수함과 무인잠수정을 포함한 해상 플랫폼 추가 배치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 열병식… 커지는 긴장감 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폐막한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어떤 세력의 군사적 적대 행위에 대해서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며 호전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보여주듯 26일 경기도 파주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양측 초소가 마주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평양=노동신문·뉴스1
북 열병식… 커지는 긴장감 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폐막한 2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어떤 세력의 군사적 적대 행위에 대해서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며 호전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보여주듯 26일 경기도 파주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양측 초소가 마주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평양=노동신문·뉴스1

김 위원장은 새롭게 만들 무기체계에 대해서는 “강력해진 지상 및 수중 발사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종합체와 각이한 인공지능무인공격종합체들, 유사시 적국의 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특수자산과 적의 지휘중추를 마비시키기 위한 매우 강력한 전자전무기체계들, 더욱 진화된 정찰위성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위성을 공격하는 특수자산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군이 정찰위성을 잇달아 발사하는 등 우주에서의 군사작전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견제할 의도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의 군사적 효용성을 높일 보충적인 타격수단들을 강화할 방침도 밝혔다. 600㎜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작전전술미사일종합체 등을 대남공격용 주요타격수단으로 규정하고 “연차별로 증강배치하여 집초공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대폭 제고함으로써 전쟁억제력의 핵심부문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초공격’이란 화력을 집중해 목표물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의미로, 유사시 방사포 등으로 남한의 전략목표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핵무기를 쓰기 모호한 국지전이나 저강도 도발 상황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상용무기를 통해 압도적 화력 우위를 확보, 재래식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국정원이 “후계 내정단계”로 평가한 김 위원장의 딸 주애는 어머니 리설주와 함께 열병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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