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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신’도 짧은 영어 탓에 자괴감 느낀다니…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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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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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 일본에서 ‘제5세대 컴퓨터 개발’을 표방한 대형 프로젝트가 막을 올렸다. 이는 ‘기계로 통역이 이뤄지는 세상이 오면 힘든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이 사라진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외국어 번역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AI)을 컴퓨터 안에 집어넣어 자동 통역을 가능케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였다. 이 프로젝트에 어마어마한 금액의 연구비가 투입됐으나, 끝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1990년대 들어 조용히 종료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기계에 의한 자동 통역은 무리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 대 프랑스 경기에 출전한 리오넬 메시가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듯 힘든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메시는 최근 멕시코의 한 방송에 출연해 “어릴 때 영어를 공부하지 않은 점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 대 프랑스 경기에 출전한 리오넬 메시가 게임이 잘 풀리지 않는 듯 힘든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메시는 최근 멕시코의 한 방송에 출연해 “어릴 때 영어를 공부하지 않은 점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외국어 공부가 필요 없는 세상을 향한 인류의 염원은 역사가 깊다. 1887년 폴란드에서 국제적 의사 소통을 위한 공용어라는 기치 아래 출현한 ‘에스페란토’(Esperanto)가 대표적이다. 에스페란토로 쓴 책이 출간되고 세계 각국의 동호인들이 모여 에스페란토 실력을 겨루는 대회도 열리는 등 나름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고양된 민족주의 기운이 에스페란토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공용어라는 미명 아래 모국어를 소홀히 대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날 에스페란토 구사가 가능한 인류는 약 2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에스페란토가 아예 모국어인 사람은 300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1945년 출범한 유엔은 영어·프랑스어·러시아어·중국어·스페인어·아랍어 6대 공용어를 사용한다.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의 언어가 우선이고, 여기에 국력과 상관없이 널리 쓰이는 스페인어·아랍어가 추가됐다. 그중 스페인어는 원어민 화자 수가 중국어 다음으로 많다. 유럽의 스페인에서 시작해 중남미 등 여러 대륙으로 퍼져 나가 국제어로서 위상이 높다. 심지어 미국에도 다수의 스페인어 이용자가 있다. 미국 정치인들로선 라틴계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4년 11월 페루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시절 선배에게 ‘스페인어를 익히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조언을 들었지만 실천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리오넬 메시가 아르헨티나의 카타르 월드컵 우승 직후인 2023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축구연맹(FIFA·피파) 시상식에서 남자 최우수 선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리오넬 메시가 아르헨티나의 카타르 월드컵 우승 직후인 2023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축구연맹(FIFA·피파) 시상식에서 남자 최우수 선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가 어릴 때 영어를 배우지 않은 점이 후회스럽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현재 미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는 메시는 25일 멕시코의 한 방송에 출연해 “학창 시절 영어를 공부할 시간이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며 “(축구 선수로 성공한 뒤) 엄청난 사람들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지만 (영어로) 대화를 나누지 못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스페인어를 쓰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미국 무대 진출 전까지는 주로 스페인 리그에서 뛴 메시로선 솔직히 영어 구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신’(神)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인물도 약점과 컴플렉스가 있다고 하니 평범한 사람들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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