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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연금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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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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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양·환율 방어에 동원 우려
퇴직연금 기금화 추진에 반발 커
연금은 국민 노후 ‘최후의 안전판’
‘독립성·안정성’ 흔들어선 안 돼

요즘 어디서나 주식이 화제다. 점심때 식당에 가면 직장인들이 주식 투자를 화제로 왁자지껄하다. 지인 카톡방에는 “주가 급등으로 자산이 늘었다”며 종목 추천 정보가 난무한다. 예·적금을 깨서 반도체 관련 주식을 샀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최근 주가가 세계 최고로 상승하면서 코스피 5000시대가 열리자 나타난 현상이다. 주식 계좌 수가 1억개를 넘었다고 한다. 주식 투자를 안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돌파한 가장 큰 요인은 인공지능(AI) 기술경쟁 심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어서다. 정부의 상법 개정과 주가조작 엄단,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유도 등 증시 친화적인 정책도 크게 기여했다. “코스피 5000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야당 의원들이 뻘쭘하게 됐다. 코스피 5000과 코스닥 1000이 동시에 달성된 건 이재명정부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채희창 논설위원
채희창 논설위원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정부가 증시 부양과 환율 방어에 연기금을 총동원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은 “국내 연기금은 왜 국내주식은 적게 사고, 외국주식만 잔뜩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연금은 올해 첫 기금운용위원회를 한 달 이상 앞당겨 열고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0.5%포인트 올렸다. 기획예산처도 67개 연기금의 여유자금 1400조원 중 현재 3.7% 수준인 코스닥 투자 규모를 5%까지 늘렸다. 연기금을 정부의 쌈짓돈처럼 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리면 정치적 압력 탓에 다시 줄이기 어렵다. 주가가 폭락이라도 하면 그땐 어쩔 건가.

국민연금에 ‘환율 소방수’ 역할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는 건 선을 넘는 것이다. 국민연금 운영 지침에도 “해외투자 및 외화 단기자금에 의한 외환 익스포저(노출)는 헤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에 동원돼 중요한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걸 원하는 국민이 있을까. 연금 둑에 하나씩 구멍이 뚫리면 나중에 둑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퇴직연금 기금화는 이 정부의 국정과제다. 개별 금융사가 운용하던 퇴직연금을 하나의 큰 기금으로 모아 특정 기구가 일괄 운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퇴직연금 누적 수익률이 2.07%에 불과해서다.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후불임금이자 사유재산인 퇴직금이 기금으로 묶이면 개인의 투자선택권 제약과 재산권 침해 등 논란의 여지가 크다. 위험을 감수하고 퇴직연금을 공격적으로 운용해 20% 이상 수익을 본 국민이 적지 않다.

역대 정부들도 툭하면 연기금을 건드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국민연금 등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선 후엔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 재원을 충당하려 했다가 큰 반발에 부닥쳤다. 문재인정부 때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 행사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 속에 2022년 최악의 수익률(-8.22%)을 기록했다.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연금 선진국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전 세계 연기금 중 수익률 1위인 캐나다연금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투자 전문가들에게 운용을 맡기고 있다. ‘수익 극대화’를 법 조문에 명시했다. 2400조원의 거대 자산을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제1 원칙은 ‘국외에서만 운용’이다. 자국 시장에는 단 1원도 투자하지 않는다. 일본 공적연금도 “주식시장 부양이나 정부 정책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못 박았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맡긴 돈이다. 수익률과 안전성이 연금 운용의 제1 원칙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익률 향상에만 매진해야 할 때다. 그래야 청년층이 가진 고질적 연금 불신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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