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문화콘텐츠와 외교 분리 대응
문화 빗장 전면 완화 연결은 무리
한·중 관계 안정 관리 의미 더 커
최근 중국 외교가는 일본을 향한 경계심으로 한층 날이 서 있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발언 이후 중·일 관계는 빠르게 냉각됐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을 향한 경고 수위를 높였고 관영 매체들도 대만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태도를 집중 비판했다. 비판은 현재의 발언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후 일본의 안보 행보를 군국주의 역사관과 연결하며 일본의 대만 개입 가능성을 과거 침략의 연장선에 놓는 논조도 이어졌다.
이런 국면에서 4일 시작된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 내에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최소한 한·중 관계는 지금의 동북아 긴장 구도에서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을 자주 호출했다. 항일전쟁 시기 중국과 함께 싸운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과 대비하는 방식이었다. 일본에는 역사적 책임을 상기시키고 한국과는 공동의 기억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의 일정 가운데 상하이 방문 역시 상징적으로 읽힌다. 상하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자리했던 곳이다. 중국이 일본을 비판하며 항일전쟁의 기억을 전면에 꺼내 드는 상황에서 한국 정상이 임시정부의 흔적을 찾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중국이 강조하는 ‘항일전쟁의 공동 기억’과 한국의 독립운동 서사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관계를 관리하는 방식은 무엇을 풀고 묶는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는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도 여기서 비롯된다. 중국 입장에서 공동의 기억은 관계를 관리하는 언어일 뿐 제도나 규제를 바꾸는 기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임시정부 방문이 갖는 상징성과 한·중 관계의 구조적 판단은 중국 외교에서 분리돼 작동할 것이다.
방중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는 한·중 관계 훈풍 기대감이 높아지는 듯하다. 고위급 소통이 이어지고 대화 채널이 활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런 평가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문제는 그다음에 붙는 ‘한한령 해제’라는 기대다. 이 기대는 반복됐고 그만큼이나 반복적으로 어긋나 왔다.
중국에는 애초에 한한령이라는 공식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작을 알리는 발표도 없었고 유지 여부를 규정한 문서도 없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서 급격히 줄어든 현상을 묶어 부른 이름이 한한령이다. 중국 당국은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 인정하지 않은 조치를 해제하는 일 역시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한한령을 외교 협상의 결과물처럼 상정하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는 중국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은 콘텐츠를 일괄적으로 막거나 전면적으로 푸는 선택을 하지 않고 분야별로 판단해 상황에 따라 허용 범위를 조정하는 방향을 택해왔다.
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자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한국 게임에 대해 제한적으로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해왔다. 이는 한·중 관계 개선의 신호라기보다는 산업 정책의 결과였다. 전시, 패션 등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영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런 방식은 중국이 문화콘텐츠를 외교의 영역과 분리해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해서 문화 규제가 자동으로 완화되지는 않는다. 중국은 외교와 체제 관리를 구분하는 만큼 정상외교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다.
물론 이번 방중이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중·일 관계가 경색되는 국면에서 한·중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대화 채널이 살아 있고 조정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다만 그 의미를 한한령 해제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도 커진다. 그리고 그 실망은 다시 관계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중 관계의 훈풍은 반길 일이지만 한한령 전면 해제라는 기대까지 함께 얹을 필요는 없다. 그것이 이번 방중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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