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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누구를 위한 ‘사법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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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8 22:51:55 수정 : 2025-12-08 22:51:55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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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위헌 소지가 큰 법안 강행 태세
잇단 영장 기각에 사법부 재편 의도
삼권분립 무너지면 독재국가 전락
자중하지 않으면 민심 역풍 맞을 것

사법부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개정안을 통과시켜서다. 민주당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가 법관의 인사·징계 등을 담당하는 내용의 ‘사법행정 정상화 3법’(법원조직법·법관징계법·변호사법)도 올해 안에 처리할 태세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내란·외환죄 재판 때 법원의 위헌법률 심판제청이 있더라도 재판을 중단하지 못하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법을 너무 우습게 안다. 전국 법원장들이 “위헌성이 커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공식입장을 냈지만, 여당 지도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여당이 이토록 무리수를 두는 건 내란 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등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돼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추 의원 영장 기각은 내란 청산을 방해하는 제2의 내란 사법 쿠데타” “역사는 윤석열 정권과 ‘조희대 사법부’가 한통속이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판사를 내란 동조세력으로 몰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쫓아내려고 안달이 났다. 삼권분립은 안중에도 없다. 실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채희창 논설위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위헌 소지가 크다. 법원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데, 내란 재판만 특정 재판부에 맡긴다면 이 원칙이 뿌리부터 허물어진다. 더구나 내란 재판부를 구성할 판사 추천위원회에 검사를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포함된 건 어불성설이다. 특정 정치 세력의 입김이 들어간 추천위원회가 판사를 고른다면 ‘인민재판’과 뭐가 다른가.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경고는 섬뜩하다.

판검사가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한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도 마찬가지다. 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가 추상적이어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오남용 소지가 많아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게 뻔하다. 비(非)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에 법관 인사권을 넘기는 건 ‘사법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상 법관 인사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는데, 이를 뺏겠다는 것 아닌가. 친여권 위원들이 인사·징계권을 쥔다면 법원은 정치판이 되고, 재판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다.

선거에서 압도적 의석을 얻었다고 해서 헌법에 반하는 법까지 만들 권한을 위임받은 건 아니다. 만약 국회의 입법권 행사도 외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심사위원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만든다면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겠나. 여당 내부는 물론 대통령실에서도 위헌 소지를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조국혁신당마저 “위헌 논란과 함께 내란 세력에 빌미를 줘 재판 정지라는 중대 상황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 할 정도다. 여당 강경파들만 빼고 다 반대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절차를 완벽하게 지켜 법적 시비 없이 계엄을 해제한 사실을 벌써 잊었나.

헌법은 삼권분립을 명시하고 있다. 입법·행정·사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명령이다. 여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사법부가 견제하지 못하면 베네수엘라·헝가리 같은 독재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우리 국민이 ‘입법 농단’을 좌시할 리 없다. “사법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되면 국민에게 직접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조 대법원장의 말은 옳다. 사법부를 겁박하는 입법 폭주는 그만 끝내야 한다.

물론 사법부도 불신을 받게 된 이유를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대선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기존 관행을 뒤집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했다가 다른 혐의로 다시 구속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사법부가 기득권 세력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자체 개혁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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