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인중개업계가 5년 만에 가장 큰 구조 변화의 파고를 맞고 있다.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수가 11만명 아래로 내려가며, 코로나 이후 호황을 구가하던 중개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부동산 규제와 거래 절벽이 장기화되면서 중개업계가 대규모 ‘생존조정기’로 들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5년2개월 만에 붕괴된 ‘11만명의 벽’
2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0만997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8월(10만9931명) 이후 처음으로 11만명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반면 자격증 보유자 55만1879명 가운데 실제로 사무소를 운영하는 비중은 고작 20%에 불과하다.
자격증 열풍 속 공급은 급증했지만, 실제 영업 기반은 오히려 급속히 축소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는 셈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자격 보유자만 55만명에 달하는데 영업자는 20%뿐”이라며 “이미 공급 과잉이었던 시장에 규제와 거래 감소가 겹치면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절벽’이 만든 연쇄 폐업…2023년부터 폐업 > 개업 지속
전국적으로 폐업·휴업한 중개업소가 신규 개업을 앞지르는 현상은 2023년 2월부터 1년8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래 급감이 중개업계 수입 기반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중개사 수가 11만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건 거래 절벽 장기화의 결정적 신호”라며 “현장의 체감경기는 이미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중개보수가 ‘0원’인 달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거래가 실종되자 소규모 중개업소일수록 버티기 어려운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거래가 없으니 수입도 없고, 버티지 못한 채 문을 닫는 중개사만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규제지역 확대·대출 제한…수요 심리까지 ‘꽁꽁’
중개업계 침체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이 촉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금융정책 전문가는 “대출 제한은 곧 거래 위축으로 연결된다”며 “중개업은 거래가 생명이다. 규제 강화는 영세 중개사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시·군이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거래는 사실상 마비됐다.
규제지역 확대는 매수·매도 양측 모두에게 제약을 줘 거래 의욕을 꺾었다는 분석이다. 수요 위축이 중개업계 폐업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반등하지 못하는 시기에는 매수자뿐 아니라 매도자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은 사지도 팔지도 않는 시장이다. 불확실성이 커져 ‘기다리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이 심리적 보류 현상은 거래절벽을 더욱 고착시키고 있다. 중개업계 수익 감소를 장기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이 더 심각”…‘지역 경제’ 타격으로 번질 우려
규제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서울·경기 중개업계의 침체 폭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가파른 상황이다.
수도권 규제지역 확대는 중개업 위축을 가속화했다. 계층별 소비·상권 전반에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중개업은 이사 업체, 인테리어, 가전·가구 등 지역 상권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경우 지역경제 전체가 위축되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실제 부동산 거래 감소는 중개업을 넘어 이사, 인테리어, 가전 등 광범위한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 “연말까지 감소세 이어질 것”…구조 변화의 전환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영업 중 중개사 수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 부동산 컨설턴트는 “규제가 유지된다면 중개사 감소는 더 가속화할 수 있다”며 “시장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침체가 단순한 단기 현상이 아니라 중개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흐름은 구조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 향후 중개업계는 규모 축소, 플랫폼 중심 재편 등 더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중개업계 최대 위기…규제 완화·정책 보완 없으면 ‘장기 침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중개업계가 버틸 완충 장치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물론 규제는 필요했지만 업계 피해가 누적됐다. 적절한 보완책이 없는 상황에서 중개업계는 견딜 여지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규제-거래 감소-폐업 증가’가 서로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중개업계 최대 위기 국면.
규제 완화와 시장 정상화 대책이 없다면 중개업계의 구조조정은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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