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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도시에 무슬림 시장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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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6 15:01:29 수정 : 2025-11-06 16:03:03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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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관한 기사 등을 읽을 때 종종 접하는 알파벳 대문자 USS는 ‘미합중국 선박’(United States Ship)의 앞글자를 딴 이니셜이다. 미 해군 함정의 공식 이름 앞에는 특별한 예외를 빼면 USS가 꼭 붙는다. 새로 건조한 함정을 명명(命名)할 때 미 해군만의 원칙이 있다. 항공모함에는 ‘USS 조지 워싱턴’이나 ‘USS 로널드 레이건’처럼 전직 대통령 이름을 붙인다. ‘USS 웨스트버지니아’나 ‘USS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듯 잠수함 명칭은 주(州) 또는 대도시 지명에서 유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공식에 따르면 ‘USS 뉴욕’은 잠수함이어야 옳다. 그런데 2009년 11월 진수된 뉴욕함은 잠수함이 아니고 강습상륙함(Amphibious Assault Ship)이니 여기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조란 맘다니 시장 당선인(민주당)이 활짝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9·11 참사를 일으켰다. 일명 ‘쌍둥이 빌딩’으로 불린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펜타곤(전쟁부 청사) 일부가 심하게 파손됐다.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미국인들, 특히 뉴욕 시민들은 절치부심했다. 이를 고려한 미 행정부는 앞으로 이슬람 등 테러리스트 응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강습상륙함에 ‘뉴욕’이란 이름을 붙이기로 한다. 얼핏 작은 항공모함처럼 생긴 강습상륙함은 말 그대로 상륙작전에 특화한 함정이다. 선체 길이가 208m, 폭은 32m에 달하는 뉴욕함을 보면 해병대원 약 700명과 수륙양용 장갑차 14대 등 장비를 운반할 수 있다. 이들이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경우 함정에 탑재된 여러 대의 헬기와 수송기가 일제히 출격해 공중 지원에 나선다. 타군의 도움 없이 오직 해군·해병대의 힘만으로 해안가에 근거지를 둔 테러 집단을 소탕할 수 있는 것이다.

 

승조원과 항공기 등을 싣고 바다를 가르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 USS 뉴욕의 위용. 소형 항공모함을 연상케 하는 이 함정 제작에는 9·11 테러 당시 무너져 내린 뉴욕 맨해튼 WTC 건물 잔해에서 수거한 약 7.5t의 재활용 철강이 쓰였다. 미 전쟁부 홈페이지

미국인들 참 집요한 데가 있다. 9·11 테러로 WTC가 무너진 뒤 잔해 속에 남아 있던 철강 약 7.5t을 되살려 뉴욕함 몸체를 만들 때 집어넣었다. 이 재활용 철강은 뉴욕함의 선수(船首·뱃머리), 즉 바다 위에서 달릴 때 물살을 가르는 바로 그 부위 제작에 쓰였다. ‘어떤 테러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다. 뉴욕함 승조원들은 누구나 ‘힘은 희생을 통해 다져진다. 잊지 말라(Strength forged through sacrifice. Never forget)’라는 배의 공식 구호를 암기해야 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승조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로 부근에는 WTC 잔해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쇠붙이로 된 식기를 전시해 놓았다. 어디 그뿐인가. 9·11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했다가 희생된 소방관이 쓰던 헬멧, 모든 희생자 이름이 적힌 대형 인쇄물 등도 배 안에 있다.

 

미국 9·11 테러 참사 희생자 24주기를 맞아 지난 9월 11일 펜타곤 청사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공군 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미 전쟁부 홈페이지

‘9·11 테러를 잊지 말자’는 미국인들의 결기가 담긴 해군 함정의 고향 뉴욕에서 지난 4일 치러진 선거 결과 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다. 사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조란 맘다니(34)가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다들 코웃음을 쳤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 유대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9·11 테러 후 뉴욕에선 무슬림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했다. 오죽하면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맘다니의 당선 가능성은 3% 정도”라고 전망했겠는가.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일약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한 맘다니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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