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대, 노후의 불안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현재 만 63세)이 높아지면서 중장년층 다수가 ‘은퇴 후 소득 공백’이라는 회색지대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상남도가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독자적인 연금제도를 도입하며 새로운 복지 실험에 나선다. 이름하여 ‘경남도민연금’이다.
◆전국 최초 ‘지자체 연금제’…내년 1월 첫 시행
21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도는 오는 2026년 1월부터 ‘경남도민연금’을 본격 시행한다.
대상은 만 40세 이상 54세 이하의 경남 거주자 중 연소득 9352만원 이하 도민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의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것이 핵심 취지다.
우선 연소득 3896만원 이하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모집할 방침이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우선 배려하고, 행정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설계로 평가된다.
가입자는 월 8만원씩 10년간 납입하며, 도는 1인당 연 최대 24만원을 10년간 지원한다.
가입자 본인 부담금(960만원)에 도 지원금(240만원), 복리 2%를 더하면 약 1302만원이 적립된다.
이 적립금은 가입 10년 이후 또는 만 60세 도달 시점에 수령할 수 있다. 5년간 분할 수령 시 월 21만7000원 수준이다.
세액공제 혜택도 별도로 적용돼 실질 수익률이 높다는 평가다. 단, 경남에 주민등록을 유지하는 기간에만 도 지원금이 지급된다.
◆노후 소득공백 메우는 ‘중간 복지모델’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를 공적 연금과 개인연금 사이의 ‘중간형 복지모델’로 평가한다.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경남도의 도민연금은 국민연금 개시 전 소득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인 제도”라며 “복지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을 우선 대상으로 삼은 점에 대해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한 포용적 복지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은 고령화 속도가 전국에서도 빠른 지역 중 하나다.
2025년 기준 경남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5%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민연금은 노인빈곤 완화와 지역 내 소비 여력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제도 설계 면에서는 장기 유지 유인을 충분히 고려했다.
가입 10년 이상 유지해야 수령이 가능하며, 중도 해지나 환수 방지를 위한 장치가 포함돼 있다. 단기 혜택을 노린 ‘단타식 가입’을 차단한 것이다.
◆“복지의 실험실, 경남”…확산 가능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 지속성이다.
가입자가 급증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단계별 예산 투입과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평성 문제도 향후 논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복지 형평성을 고려한 전국 확산 모델로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지자체가 직접 설계·운영하는 연금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형 지역복지의 실험적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제도 시행 후 효과가 입증된다면 타 지자체로의 확산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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