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이 최근 특임공관장 등 외교부 인사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신 회장은 페이스북에서 공관장 40자리 공석을 거론하며 “정치권 주변의 희망자가 넘쳐난다고 한다”며 “대선 캠프에 이름을 얹은 사람들 상당수도 대사직을 희망한다니 교통정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 차지훈 주유엔 대사에 대해 “크게 실망”, 김진아 외교부 2차관엔 ‘과장급 정도 경력’이라며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1978년 외교부에 들어온 신 회장은 주중 공사, 주요르단 대사,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초대 사무총장 등을 거쳐 문재인정부 시절 주인도 대사를 지냈다.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품의 그가 작심 비판에 나선 것은 현재 외교부 인사가 그만큼 난맥이라는 방증이다. 신 회장 지적 후 며칠 안 돼 차 대사의 자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국회의 미국 뉴욕 현지 국감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75호 내용을 아느냐는 의원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이다. “안보리 결의가 많은 상황”이라는 해명도 수긍 가는 부분이 있으나,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이어 나온 핵심 제재 결의라는 점에서 유엔 외교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임공관장은 직업 외교관이 아닌 자를 대통령이 대사, 총영사로 특별히 임명하는 제도다. 이 자리가 대선 전리품으로 변질했다는 비난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정권을 거듭할수록 전문 외교관의 영역으로 인정됐던 곳까지 특임공관장이 차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 외교관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사기 저하도 심각하다. 외교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통령 측근, 대선 공신의 공관장 임명은 미국을 제외하면 외국에서도 극소수 사례다. 미국은 공관 인원이 많고, 현지에 정통한 직업 외교관이 차석을 맡아 비외교관 대사 임명 시나 대사 공석 시 큰 공백이 없다는 특수성이 있다. 정부는 “불가피하다면 자격을 확실히 갖춘 사람을 보내라”는 신 회장 고언을 경청하기 바란다. “일보다 대사직 자체가 탐나는 분들이라면 남태평양이나 카리브해 같은 비교적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으로 보임하는 것도 아이디어”라는 말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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