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보유세를 둘러싼 엇박자로 정책 신뢰를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 어제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방침’ 발언과 관련해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인하가 민주당의 오래된 (정책) 방향이지만, 당에서 구 부총리가 얘기한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다거나 논의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구 부총리는 지난 16일 우리나라는 부동산 보유세가 낮다고 지적하며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이 크면 팔 것”이라고 밝혔다. 고강도 수요 억제와 더불어 세제 합리화 방침을 담은 10·15 부동산 대책을 조율했던 당정이 이렇게 딴소리를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보유세 인상 카드를 밀어붙일 태세다. 대통령실에선 지난 8월 김용범 정책실장이 “부동산 정책에 세금을 절대 안 쓴다는 건 오산”이라고 불을 붙인 데 이어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이 거들고 나섰다. 정부 측에서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첫 기자간담회부터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고 군불을 땠다. 그간 이재명 대통령은 수차례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실·정부가 앞장서 정책 신뢰의 추락을 자초하는 셈이다. 보유세 인상에 제동을 건 여당 내에서도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이 최근 “거래세, 취득세, 등록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하는 등 반대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계획을 두고 서울시와 정책 혼선을 빚고 있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주택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규제도 강화했다. 그 여파로 민간 사업자 중심으로 재건축 기간 단축과 인허가 개선으로 2035년까지 37만7000호를 준공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제 국정감사에 출석해 10·15 대책을 발표하며 사전에 충분한 논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10·15 대책으로 어제부터 규제지역 공인중개소에는 문의 전화 한 통이 없을 정도로 ‘거래 절벽’이 나타났다고 한다. 억지로 수요를 누른 만큼 거래는 당분간 뜸하겠지만, 집값 상승을 이끌어온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은 여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세제 합리화에 앞서 공급 확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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