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부분에서 이진숙이 더 문제”
여당 의원 반응 온도차 큰 이유는
이재명정부 첫 내각 후보자 중 여론 심판대에 오른 강선우 여성가족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사뭇 온도차가 있다.

강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에 충실히 임했다”며 엄호∙조력하는 의원들이 많은 반면에 이 후보자에 대해선 “불분명한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나타난 것들이 있다”며 덜 옹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명정부가 여론 돌파를 위해 하나를 내주는 선택을 할 경우 이 후보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장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만을 놓고 봤을 때는 강 후보자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전평이다.

◆“강선우 곧 장관님”…두둔하는 與 의원
강 후보자와 이 후보자의 당내 입지는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재선의 현역 의원인 강 후보자와 지난 대선에서야 이 대통령 측에 발을 들인 이 후보자는 정치적 입지에 큰 차이가 있다.
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를 지냈던 시절 대변인으로서 호흡을 맞췄고,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를 맡았다. 강 후보자는 친명계 의원들의 동료로서 ‘끼리끼리 정서’를 발동시키는 ‘우리 편’인 것이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마무리 된 직후였던 지난 15일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비방과 인신공격,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했고,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강 후보자가) 사과도 했고 문제제기 됐던 부분에 대한 해명이 많이 나왔다”며 “충실히 소명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18일 강 후보자에 대한 당내 비판이 공개적으로 나오자 “잘 모르면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도부에서 자진사퇴 얘기가 나온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강 후보자에 대한 갑질 의혹은) 어찌됐든 명확하게 팩트 체크를 하고 가야 하는 사안”이라며 “팩트 체크로만 따지면 강 후보자 보다 이 후보자가 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당권주자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서 “따뜻한 엄마였고 훌륭한 국회의원이었다.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고 적었다.
강 후보자는 팩트 체크를 위한 인사청문회를 이미 마쳤지만, 거짓말∙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비판 여론이 더 커진 상태다.

◆李대통령, 이번 주말 결단 내릴 듯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청문 정국에 대해 “인사청문회는 정권에 늘 부담이다. 어차피 부담을 떠안고 돌파해야 할 때 누구를 챙겨줄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때 큰 변수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가 대통령 지지율이다. 지지율 수치는 돌파력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민심에 순응하기보다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오기를 갖게 된다. 또 주요 인사의 낙마는 야당에 국정 장악력과 주도권을 뺏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2005년 인사청문 제도 도입 이래 현역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가 100%로 임명된 것도 의원들의 동지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중 노출도가 높은 의원들이 자기 관리를 해온 것이란 평가도 있지만, 의원들의 ‘카르텔’이 그만큼 세다는 평이 대체적이다.

“강 후보자가 이대로 낙마하면 의정 활동조차 어려울 수 있다.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 “도대체 강 후보자 의혹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의 비공식 발언은 두둔 수위가 더 센 상황이다. 여권 내에서도 의원들과 보좌진의 간극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익명 커뮤니티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선 강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은 입장문을 내고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갑질을 반복한 자가 여가부 장관이란 공직을 맡는 건 국민 눈높이와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다”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결정은 이번 주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민심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당내 여론이 갈리는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가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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