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유괴 범죄 매년 증가…2023년 204건
전문가 “사회적 약자인 아동, 범죄 대상 되기 쉬워”
“온종일 아이만 따라다닐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인천에서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는 이모(41)씨는 17일 최근 아동유괴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등에 식은땀이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대한 아이가 혼자 움직이지 않도록 학원 스케줄을 조정했어도 어쩔 수 없는 공백이 생긴다”며 “얼마 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아이 하굣길 지킴이를 구한다는 글을 봤는데, 돈을 들이더라도 필요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동유괴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안전망은 강화됐지만, 약자인 아동을 노리는 ‘검은 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유괴 범죄는 2020년 113건, 2021년 138건, 2022년 178건, 2023년 204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3년 발생한 범죄의 대부분은 하교 시간이 겹친 낮 12시∼오후 5시59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아동의 성별 비율은 여아(62.3%)가 훨씬 높았다. 전체 범죄 건수 중 65.2%가 이 시간에 발생했다. 또 2건 중 1건(49.5%)은 길에서 발생했고, 범죄자 4명 중 1명(25.1%)은 61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범죄 건수와 맞물려 최근 아동유괴를 시도하다 실패한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70대 여성이 지난 2일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 여아에게 접근해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주면 1만원을 주겠다’고 말하며 자기 집으로 유인하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 5월22일 경기 남양주시에선 70대 남성이 등교하는 초등학생 여아를 간식 등으로 유인해 자신의 차에 태워 유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멀리서 딸의 등교를 보고 있던 부모가 급히 제지하면서 다행히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 남성은 피해 아동을 인근에 있는 자신의 농막으로 끌고 가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16일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남학생이 50대 남성 2명에 의해 유괴될 뻔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남성들은 학생에게 ‘음료수 사줄까’라며 대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사안을 종결시켰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지우긴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폐쇄회로(CC)TV나 차량용 블랙박스 등이 증가하는 등 범죄감시체계가 이전보다 강화됐음에도, 사회적 약자인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유괴범죄를 근절하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이전에는 금전적 목적의 유괴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성적 목적에 따른 유괴가 많아지며 범죄 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사법대학)는 “범죄자 입장에서 방어력이나 사리 판단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자신의 범행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이라며 “특히 성인 남성은 본인의 나이가 많더라도 어린아이라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곽 교수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개별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아동유괴 범죄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