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 수술실서도 같은 사고
전력소비 급증하는 7·8월에 집중
정격용량 넘자 10분도 안 돼 불
멀티탭 적정 전압 등 확인 필수
대형가전은 벽면 콘센트 사용을

광주 조선대병원 수술실에서 의료기기 전원 플러그가 꽂힌 멀티탭(멀티콘센트)에 불이 나 수십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14일 발생했다. 당시 수술실에 수술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불은 병원에 있던 소화기와 옥내소화전을 이용한 직원들의 진화 작업으로 신고 접수 10여분 만에 완진됐다.
올여름 멀티탭으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는 2일 스탠드형 거실 에어컨이 연결된 2구짜리 멀티탭에서 불이 나 9살과 6살 자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멀티탭에는 에어컨과 실내기 플러그가 각각 꽂혀 있었다. 소방당국은 멀티탭 불량 가능성과 정격용량을 지켰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에어컨은 전용 고용량 콘센트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 연결하지 않고 쓰다 보니 지속적으로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아파트에서도 멀티탭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10살, 7살 자매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멀티탭에 컴퓨터 등 전자기기 플러그가 연결돼 있었다.
15일 소방청에 따르면 콘센트로 인한 화재는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396건이던 콘센트 화재 건수는 2023년 495건, 지난해 504건으로 늘었다. 재산피해도 2023년 127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414억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냉방기기 등 전자제품의 전력소비가 커지면서 멀티탭의 정격용량을 뛰어넘는 사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콘센트로 인한 화재는 냉방기기 사용이 집중되는 여름철에 집중됐다.
소방청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월별 콘센트 화재 통계를 집계한 결과 7월과 8월이 각각 153건, 183건으로 화재 건수가 가장 많았다.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 건수도 2022년 273건에서 2023년 293건, 2024년 387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도 1월1일부터 7월15일까지 119건의 에어컨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중 89건(74.8%)이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였다.
멀티탭으로 인한 화재는 콘센트를 꽂은 뒤 불과 10여분도 안 돼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가 10일 정격용량을 초과하는 멀티탭을 사용했을 때 화재 위험을 실험한 결과 7분30초 만에 주변으로 불길이 확산했다. 당시 정격전류량 10A 멀티탭에 15A, 10A가 필요한 전자기기 2개를 연결하자 순식간에 콘센트 온도가 130도까지 치솟았고 주변 천 조각에 불길이 옮겨붙었다.

멀티탭을 사용할 때 220V 전압 전용제품은 15A 전류 이상의 전용 콘센트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멀티탭 뒷면의 적정 전압과 전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에어컨, 세탁기 등 소비 전력이 큰 대형가전 제품의 경우 벽면 콘센트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전원플러그가 완전히 삽입됐는지 여부와 전원선 손상 여부 등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소 화재원인분석팀 박사는 “멀티탭 내부를 열어보면 그 안에 먼지가 많은 경우가 있다”며 “전기가 흐르고 발열될 때 공기와 함께 나가고 식는 과정에서 허용 전력 이상이 흐를 경우 그 안에서 스파크가 발생하고 먼지로 불이 붙어서 화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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