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 상호 관세 발효 앞두고 정부의 전략적 판단·대응 중요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25%의 상호관세(8월1일부터 적용)를 통보한 데 이어 8일 국방지출과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하면서 앞으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역과 안보를 연계해 최대치를 얻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그 군대(주한미군)를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고 밝힌 뒤 "한국은 돈을 많이 벌고 있고 그들은 매우 좋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권 1기 시절 한국과의 방위비분담 협상을 소개하면서 "나는 (한국이) 1년에 100억 달러(약 13조 7천억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고 말해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를 재차 언급했다.
'자신들 군대를 위해 지불해야 한다'는 요구는 결국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이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에게도 제기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 국방지출 요구와 잇닿아 있다. 올해 국방예산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국방지출 규모는 2.32% 수준이다.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100억 달러'는 작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해온 것으로, 한국이 직전 바이든 행정부 막판에 미측과 도출한 합의에 따라 내년 지불할 방위비 분담금(1조5천192억원)의 9배에 이르는 액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일본과 함께 한국을 상호관세율 통보 1순위 대상으로 택한 뒤 그 이튿날 주한미군 및 국방지출 관련 문제를 제기한 것은 대(對)한국 협상 전략 측면에서 다분히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전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열릴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에 무역과 안보에 걸친 '청구서'를 발송하는 한편, 자신이 가진 '지렛대'를 최대화한 형국인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무역 등 경제와 주한미군 및 국방지출 등 안보 현안을 서로 연계하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관세를 포함한 무역, 산업 협력 등 경제 이슈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현안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됐는데 앞으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그것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통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감축, 한국의 이른바 '비관세 무역 장벽' 완화,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지출 대폭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를 받아 든 한국으로선 앞으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쉽지 않은 협상이 예상된다.
우선 상호관세 발효일을 약 3주 앞둔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추진되게 된 점은 한국에 긍정 및 부정적 측면이 병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25%의 발효 시점이 8월1일이라는 점에서 그 전에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협상의 난제를 최고위급의 정치적 의지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8월1일이 '협상 시한'으로서 한국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8월1일이라는 시점에 크게 걸린 것이 없지만 한국으로선 그때까지 무역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기존 품목별 관세에 더해 상호관세의 부담까지 져야 한다는 점에서 8월1일이 모종의 '시한' 성격을 갖게 된 양상이다.
결국 앞으로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할 정부의 냉정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게 됐다.
8월1일이라는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너무 절대적 '시한'으로 간주한 채 시간에 쫓겨 과도한 양보를 하게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과 안보를 연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가는 것이 유리한지, 가급적 두 사안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 재검토 결과를 반영한 보고서가 늦여름께 나올 예정이라는 점에서 그 전에 국방비나 방위비 분담금 등을 둘러싼 중요한 한미 합의를 했다가 보고서 발표 후 변화된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리고 만약 국방지출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의 경우 일정 정도 부응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필요한 '반대급부'를 정상회담 계기에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주한미군 관련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우선 안보 과제인 대중국 견제 및 억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 등을 어떻게 변화시키려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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