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변론기일부터 총 6번 출석
계엄 관계자 공소장 적시 불구
의원 체포 지시 등 혐의는 부인
선관위 軍투입 인정 “확인 차원”
곽종근 증언하자 “내란 프레임”
홍장원에는 “계엄 당시 술마셔”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을 포함해 헌재에 6차례 직접 출석해 변론을 이어왔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내란죄 관련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겨냥해 “야당에 회유된 사람들의 내란·탄핵 공작”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지난달 “아무 일도 없었다”, “호수 위에 뜬 달 그림자를 쫓는 듯하다”는 식으로 12·3 비상계엄 의미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은 정장 차림에 2대 8 가르마를 한 채 심판정에 등장했다. 피청구인석에 앉은 윤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에 귓속말을 하거나 손짓을 섞어가며 변론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언 도중 ‘어’를 붙이는 특유의 말버릇도 간간이 튀어나왔다.
◆대부분 혐의 부인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열린 3차 변론 때부터 직접 등판했다. 윤 대통령은 재판부가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위한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묻자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 등에서 관련 지시가 적힌 쪽지를 받았다고 증언했고, 계엄 관계자들의 공소장에서도 누차 나온 내용이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국회의원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계엄 관련자들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끌어내라’ 등 체포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끄집어내라는 대상이 ‘인원’이라고 표현했지만 자신은 ‘의원’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명단을 불러주며 ‘체포조’라는 표현을 썼다고 강조했다.
◆‘단기성 계엄’ 강조
윤 대통령은 누차 계엄이 ‘경고성·단기성’이라는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4차 변론에서 “군인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계엄도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또 다친 사람이 없다며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체포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듯한 느낌”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군경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약 1000명 미만”이라고 보고하자 “그 정도 병력이라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김 전 장관에게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지시했다고도 털어놨다. 계엄 선포 이유로 내세운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의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 결과가 많이 부실하고 엉터리였다”며 “팩트 확인 차원”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홍·곽의 내란 공작”
혐의 부인과 계엄 정당화로 일관하던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이 시작되자 이번엔 ‘내란 프레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6차 변론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홍 전 차장의 공작과 곽 전 사령관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유튜브 출연부터 내란죄와 탄핵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을 겨냥한 발언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야권이 자신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선제 탄핵’을 거론했고, 국무위원에 대한 ‘줄탄핵’을 이어왔다면서 “대화와 타협이 아닌 정권 파괴가 목표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8차 변론에서는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홍 전 차장이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이 국내에 있다면 (홍 전 차장이) ‘원장이 아직 서울에 있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 답은 없었다”며 “아마 취중이라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사전 모의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3월 말∼4월 초 ‘삼청동 안가 모임’ 당시 “호주 호위함 수주 불발과 관련해 화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종일 변론이 시작된 5차 변론부터는 오후 휴정 때 심판정으로 돌아오지 않고 별도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구치소로 돌아가곤 했다. 이날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증인 신문이 끝난 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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