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좁은 도로에는 전기·수소 자동차만 물 흐르듯 주행하고, 바로 옆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전기자전거가 씽씽 달리고, 시민들은 넓은 보도를 안심하고 걷는 그런 쾌적한 거리 풍경은 과연 우리에겐 꿈결 같은 세상일까.
덴마크는 자전거 보급률 90%, 교통수단 분담률 30%의 자전거 천국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자전거를 보유한 셈이다. 수도 코펜하겐 시민 60%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도로에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기자가 최근 코펜하겐을 방문했을 때 ‘새로운 항구’란 뜻의 뉘하운 운하로 걸어가면서 자전거 전용도로의 위용을 실감했다. 자전거 행렬이 줄지어 이어져 길을 건너기가 힘들 정도였다. 얼마나 자전거가 많으면 자전거 전용 도로는 가득 찼고, 전용 신호등도 있었다. 길을 걸을 때나 차에서 내릴 때 자전거가 오는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자전거 전용 도로와 주차 공간 조성 같은 인프라가 부러웠다. 산이 없는 평지 지형도 자전거 친화도시를 조성하는 데 한몫했다.
덴마크는 차량을 구매하면 150∼180%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자동차 가격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주차료도 비싸게 받는 등 차량 이용자에게 여러 페널티를 부여한다. 덴마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절감하고, 최종에는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덴마크는 1990년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발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70%까지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6%에 불과하다. 자전거 보급률은 2022년 기준 29%로, 네덜란드 134%, 독일 97%, 일본 54%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전국 자전거 전용도로 노선과 연장은 2021년 1772개소 3684㎞에서 2022년 1720개소 3648㎞로 줄었다가 2023년 1840개소 3763㎞로 조금 늘었다.
2035년 탄소중립 에너지 대전환을 선언한 제주도는 오히려 자전거 전용도로 계획을 축소했다. 제주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비율이 9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전거 수송 분담률은 0.43%로, 전국 평균 1.6%에 비해 크게 낮다. 특히 자전거 전용도로 비율은 2021년 기준 1.76로, 전국 평균 17.69%에 크게 뒤진다.
제주도는 2027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 비율을 12%(155.7㎞)까지 늘리겠다는 이용 활성화 계획을 수정·보완해 전용도로 비율을 7%(91.2㎞)로 조정했다.
도는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을 현실 여건에 맞게 조정했다고 설명하지만, 예산 부족이 큰 이유다. 덴마크보다 빠르게 10년 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는 제주도의 의지와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전용도로 부족과 경사(평균 경사도 8%)가 많은 제주의 지형이 자전거 이용률을 떨어뜨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기자전거 보급을 늘리고, 자전거 전용도로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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