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대부분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며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은 ‘표결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탄핵안 폐기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대통령의 권한을 넘겨받는 사태는 일단 피하게 됐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 총리의 역할이 중대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미달로 인한 표결 불성립으로 폐기된 이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국무총리로서 국민의 마음과 대통령님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현 상황이 조속히 수습되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로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를 향해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일상이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맡은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 중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현 상황이 우리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함께 세세한 부분까지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대통령이 국정 운영 주도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여권 내에서는 책임총리제 전환 및 거국내각 구성 등의 대책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측은 책임총리제와 임기 단축 개헌 투트랙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총리제로 전환할 경우 총리가 내각구성이나 국무회의 개최 등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주도하고 대통령은 내치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 총리도 비상계엄 국무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로 인해 책임총리제 전환 시 한 총리가 총리직을 이어갈지 아니면 다른 인물을 물색할지는 야권 입장 등을 고려해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대표와 긴급회동을 갖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악화한 민심과 혼란해진 국정 운영을 수습할 방책 등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추가로 만나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긴급회동 이후 총리공관에 머물며 국회 본회의 표결 등의 상황을 묵묵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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