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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낼 박사 “경색된 남북관계 호전 위해 북·미 외교 독려 필요”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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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2 22:00:00 수정 : 2024-05-04 22: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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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심층기사 플랫폼 설립 버낼

“첫 韓 방문 때 한국전쟁에 흥미
기존 언론들 취급하기 꺼리는
안보 관련 독자적 기사 쓰려 설립
남북 악화, 北문제 소홀한 美 영향
한국, 美 대북정책 변화 끌어내야”
“영화 ‘서울의 봄’을 인상 깊게 봐서 기사를 쓰고 싶었는데 기성 언론들은 왠지 출고를 꺼리더군요. 그게 ‘페닌슐라 디스패치’의 첫 기사가 됐죠.”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출신 한반도 전문가 가브리엘라 버낼이 ‘페닌슐라 디스패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유럽 출신 한반도 전문가 가브리엘라 버낼 박사는 약 6개월 전 한반도 심층기사 플랫폼(페닌슐라 디스패치)을 스스로 만들었다. 더 디플로맷, 닛케이 아시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수 매체에서 북한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그가 기존 언론에 내기 힘든 독자적 연구나 기사를 발행하는 공간이다. 올 1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에 머물고 있는 버낼 박사를 1일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이름도 생소할 정도로 작은 네덜란드령 카리브의 한 섬에서 태어난 버낼 박사가 여기까지 온 여정이 궁금했다. 시작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의 정치학 전공,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영국 정치를 공부한 것이었다. 이후 프랑스 파리정치대학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두 개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 외교에 초점을 맞춘 인권, 국제 평화와 안보 문제를 세계에서 온 유학생들과 탐구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파리정치대학 재학 시절 여름 학기 한 번을 연세대학교에서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 경험은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참여로 이어졌다. 유럽에서 함께 공부한 이들 대부분이 제네바나 뉴욕 국제기구에서 인턴십을 하는 동안 버낼 박사는 “아시아에 오고 싶어서” 태국 방콕에 있는 유엔 사무소에서 일했다.

 

아시아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2017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가서 한국전쟁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는데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한국과 북한의 역사, 한반도 분단 등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파리와 런던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미국 국무부·중앙정보국(CIA) 기록 보관소 등을 뒤지고 한국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페닌슐라 디스패치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페닌슐라 리포트’를 그렇게 시작했다.

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출신 한반도 전문가 가브리엘라 버낼이 ‘페닌슐라 디스패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그는 “한국 정치에 대해 글을 쓰는 외국인이 별로 없었고 대중적인 주제가 아니었다”며 “북한에 대한 글은 조금 있지만, 남한에 대한 건 많지 않아서 직접 만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며 한국의 역사, 민주화 운동, 광주 항쟁 등을 연구했고 북한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버낼 박사는 덧붙였다.

 

2018년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는 “처음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기초 한국어를 배우고, 나중에는 매일 유튜브에서 뉴스를 보며 어려운 한국어 단어를 익혔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국에 빠져들던 중 2019년 말 태국에서의 인턴십이 끝난 뒤 2020년 통일부에서 진행하는 외국인 장학금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올 초 마무리한 박사 논문은 ‘탈냉전 시대 남북 관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썼다.

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출신 한반도 전문가 가브리엘라 버낼이 ‘페닌슐라 디스패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실제로 외교적 시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도 없다”면서도 “지금 상황이 나빠지는 것은 한국 정부 탓이라기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북한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기 때문이 크다”고 버낼 박사는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큰 효과가 없었던 것처럼 바이든 대통령 역시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에 나서도록 계속 독려하면서 대북정책 방향을 바꾸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걷기와 하이킹이 취미라는 버낼 박사는 도심 곳곳에 녹지와 공원이 있는 서울에서 산책하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조용하고 나무가 많은 양재천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데 빠졌다. 그는 “유럽보다 이곳이 훨씬 더 체계적이고 깨끗하며 교통도 좋아서 정말 마음에 든다”며 “가장 만족하는 것은 빠르고 쉬운 음식 배달 시스템과 온라인 쇼핑”이라고 꼽았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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