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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문화다양성교육 연수를 받을 때가 생각난다. 담당 교수님은 “여러분 나라에서는 한국 혹은 한국인을 어떻게 보나요?”라고 물었고, 중국, 일본, 대만, 러시아 출신 연수생이 이 질문에 대답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한국인들은 벌처럼 성실하다고 말해요.”라고 대답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성실함을 나타낼 때 벌에 비유한다. 그런데 교수님은 기대한 대답이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는 “튀르키예 사람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하셨다. 나는 “튀르키예에는 형제의 나라가 많아요. 그중에는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스탄 국가들’ 등이 있어요.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국만을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라고 대답했다. 교수님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신기해하셨다. 사실 나도 이날 이런 사실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나는 튀르키예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간단한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튀르키예에 살고 있는 동생들을 통해, 튀르키예 사람 10명에게 “당신이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을 해보게 했다. 10명 중 6명은 아제르바이잔이라고 대답했고, 1명은 ‘스탄 국가들’, 2명은 한국, 1명은 한국과 일본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대답한 사람들은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을 그 이유로 들었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내가 아는 10명의 한국인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모두 “튀르키예”라고 대답했고, 그 이유는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을 꼽았다. 그런데 튀르키예 외에도 미국,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는데, 특히 튀르키예를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 참전으로 많은 군인들이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군인들은 앙카라 학교를 설립하여 고아들을 돌봐주는 등의 세심한 배려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아일라(Ayla)’는 양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2002 한일월드컵도 두 나라 간의 관계를 끈끈하게 한 것 같다. 한국 관중은 튀르키예 국기를 흔들며 튀르키예를 응원하였는데, 이를 본 튀르키예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또한 1999년과 2023년 튀르키예에 대규모 강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 사람들은 큰 도움을 준 바 있다.

인터넷을 보면, 한국 사람들 중에는 튀르키예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고 말하면서 튀르키예의 파병을 폄훼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백 명의 튀르키예 군인들이 한국을 위해 희생한 것은 사실이며, 튀르키예 병사들이 전쟁고아들을 정성껏 돌봐준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는 현재까지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서로에게 더 큰 영향을 주며 이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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