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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 봉합 서두르다… 검증 실패·구인난에 ‘인사 참사’ [민주 혁신위원장 9시간 만에 사퇴]

입력 : 2023-06-05 21:02:36 수정 : 2023-06-06 09: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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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경 임명서 사퇴까지 ‘막전막후’

李, 리더십 타격에 ‘2선 후퇴’ 검토
2023년 초부터 원내외 인사들 접촉
모두 비대위원장직 고사에 난항

이래경 과거 SNS 부적절 발언 논란
非明 “또 다른 리스크만 추가” 반발
李대표측 “일부 인지”… 논란에 기름

더불어민주당이 5일 혁신기구 수장으로 선임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인선 발표 9시간 만에 사퇴한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 측의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 인사검증 실패와 구인난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당내 비위 의혹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이 대표가 혁신기구 출범을 돌파구로 삼기 위해 성급히 낸 인사가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당 내부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 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선임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이 이사장에게 혁신기구를 맡기겠다고 발표한 건 이날 오전 9시30분 열린 당 회의에서였다. 발표 직후부터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이사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은 ‘천안함 자폭’, ‘전쟁고아 보호한 푸틴’, ‘코로나19는 미국발’, ‘한국 대선에 미 정보기관 개입’ 등 글이 도마에 올랐다. 해당 글들은 ‘전체 공개’로 돼 있어 누구나 그의 계정을 검색하기만 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된 이 이사장의 SNS 글에 대해 “그 점까지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이 음모론적 주장을 반복해 온 것을 알면서도 당 쇄신 작업의 전권을 맡기려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자연인 신분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문제가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에서는 이 이사장 인선의 적절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국회 발언은 인선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인선 철회를 이 대표에게 요구한 것을 겨냥해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가”라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네”,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고도 했다. 권 대변인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당내에서는 인선을 둘러싼 질타가 쏟아졌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당내 논의도 전혀 안 됐고 전혀 검증도 안 됐으며 오히려 이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사람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고 했다. 친이낙연계 홍영표 의원은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더 큰 논란이 발생하기 전에 이 이사장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혼돈의 민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사진)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이끌 책임자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오른쪽 사진)을 지명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자폭’이라고 주장하는 등 부적절한 글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9시간여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서상배 선임기자·연합뉴스

반면 김근태계 허영 의원은 인선 발표에 “환영한다”며 “따뜻한 가슴, 냉철한 현실 인식과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이 이사장을 평가해 대조를 이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김근태계인 허 의원과 기동민 의원이 총대를 메고 상임위원장 후보 인선에 불만을 제기한 직후 김근태계의 ‘후원자’인 이 이사장이 당 혁신의 전면에 서게 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내 김근태계 좌장격으로 친이재명 행보를 이어 온 우원식 의원이 이번 인선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왼쪽), 허영 의원.

한편 이 대표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반발이 갈수록 커지자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임하고 자신은 ‘2선 후퇴’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올해 초부터 원내외 인사들을 접촉해 비대위원장을 맡아 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선임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보유 의혹이 불거져 혁신 요구가 당 안팎에서 분출하자 이 대표가 구인난 속에 이 이사장을 ‘구원 투수’로 삼으려 했던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배민영·김현우·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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