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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라, 아침이다. 아침의 포도주를 마시고 취할 시간이다.” 18세기 프랑스 정치가 탈레랑의 시 ‘커피 예찬’의 한 구절이다. ‘아침의 포도주’는 커피다. 그는 커피가 주는 행복감을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했다. 커피의 어원은 ‘힘, 강함’을 뜻하는 아랍어 카와(kahwa)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896년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 웨베르의 대접을 받은 것이 커피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커피는 처음에는 영문표기를 빌린 ‘가배’나 ‘가비’ 또는 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하다고 해서 ‘양탕(洋湯)’으로 불렸다고 한다. 세계인이 즐겨 찾는 기호품이지만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성인 1인당 연간 소비량은 377잔으로 세계 1인당 소비량의 약 3배에 달한다. 연간 커피 원두 소비량도 약 15만톤으로 세계 6위를 차지한다. ‘국민 음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커피 마니아들에게 커피 가격 인상은 ‘청천벽력’이다. 스타벅스에 이어 투썸플레이스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동서식품, 매일유업, 동원F&B 등도 올 초 캔커피 가격을 올렸다. 국제원두 가격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탓이다. 세계 최대 커피 산지로 전 세계 물량의 40%를 생산하는 브라질에 한파와 가뭄이 겹쳤다고 한다.

궁지에 몰려도 살길이 있다. 커피를 둘러싼 유해논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친환경·건강과 맞물려 대체 커피에 대한 연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커피 농장들은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삼림 벌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소득 국가 노동력 착취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세계 최대 커피 수입국 미국에서 대체 커피 스타트업이 등장해 관심을 끈다. 대추씨, 치커리 뿌리 등 식물에서 커피 생두 성분을 뽑아낸다고 한다. 커피는 나무에서 원두를 수확하기까지 2년이 걸려 공급 부족이 일어나도 빠른 대처가 쉽지 않다. 재배과정에서 쓰이는 농약의 유해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대체 커피는 공급, 환경 측면에서 분명한 강점을 갖는다. 다만 커피 콩만이 가진 바디감, 색, 향, 맛 등을 고스란히 재연해 내는 게 관건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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