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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미는 매년 3월 시행된 연합훈련에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이란 명칭을 부여하고, 8월 훈련은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으로 불렀다. 그러다 2007년 6월 당시 김관진 합참의장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의 합의하에 이름을 바꿨다. 3월 훈련은 ‘중대한 결의’라는 의미의 키리졸브(Key Resolve), 8월 훈련엔 ‘자유의 수호자’라는 뜻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라는 명칭을 각각 붙였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한·미연합훈련이 일대 전환기를 맞은 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다. 미 국방부는 싱가포르 회담 개최 후 엿새 만에 그해 8월로 예정됐던 UFG훈련의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 한·미 간에 협의돼야 할 군사현안이 북·미 간 테이블에서 논의, 합의된 것이다. 2019년 3월 한·미는 UFG훈련과 더불어 3대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Foal Eagle)까지 완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그해 3월에는 키리졸브 연습을 대체하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실시됐다. ‘동맹’(Alliance)이란 이름이 붙었다. 8월 치러진 UFG는 동맹이란 표현도 없이 그냥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라고 발표했다. 훈련의 구체적인 명칭이 사라진 것이다. 2020년 봄과 여름을 지나 올해 3월까지도 연합지휘소훈련으로 불렸다. 야외기동훈련 대신 한·미 양국군 지휘부의 전시수행절차를 검증하는 컴퓨터시뮬레이션 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제약이 따랐지만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훈련 전면 중단 외에 어떤 조치도 소용없다는 것을 재차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군은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된 청해부대원 귀환을 추진하면서도 ‘오아시스 작전’이란 명칭을 붙였다.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가장 큰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에 변변한 이름 하나 짓지 못하는 군심(軍心)이 어떨까 싶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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