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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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라고 알려진 음식점 안은 손님들이 거리두기를 잘 지켜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벽에는 식사가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꼭 쓰고 식사 중에는 대화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큼직한 종이가 붙어 있다, 그런데 한 테이블의 손님이 식사를 하면서 계속 큰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말소리와 웃음소리는 더 요란해졌다. 그때 음식점 주인이 다가와 식사를 마친 그들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2층에 커피와 빙수를 파는 카페가 있는데 여기서 음식을 드신 분은 50% 할인해준다며 아주 널찍하고 시원하다고 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일어설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르바이트생인 청년이 다가와서 그대로 돌직구를 날렸다.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하던 노부부가 나가면서 대화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좀 조용히 해 주세요.”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참으로 어이없었다. “그렇게 신경 쓰이면 집 밖으로 나오지를 말아야지” 쏘아붙이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나갔다. 식사하는 내내 옆자리 노부부는 인내했다. 노부부가 나가면서 주인에게 그들의 대화 자제를 부탁한 건 남아있는 사람 때문이었다. 주인도 바로 시끄럽다고 지적하지 않고 2층 카페를 내세우며 자리이동을 권했다. 모두 그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들은 타인의 배려를 조금도 눈치 채지 못했고 이런 시국에 외식 나온 실내 손님을 모두 죄인으로 만들고 기세등등하게 나갔다.

백신 접종을 하는 한 에코센터 앞에서 비슷한 또래의 두 여자 A와 B가 싸우고 있었다. 백신을 맞으러 온 A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방역을 위해서 출입제한을 한다고 써 있는 팻말을 가리키며 사전에 이런 내용을 고지했어야지 왜 이 뙤약볕에서 사람을 기다리게 하느냐며 소리쳤고 에코센터에서 근무하는 B는 갑자기 접종인원이 늘어서 방역이 더 철저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그곳에는 무더위를 잠시 식히게 하려고 스프링클러가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사람이 지나가는 통로 쪽으로 향하면 재빨리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런데 A와 B는 싸우느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물벼락을 맞았다. 그때 바로 A는 가방에서 새 마스크를 꺼내 B에게 내밀었다. 거의 동시에 B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A에게 내밀었다. 마스크와 손수건을 서로에게 내밀던 두 사람의 눈이 딱 마주쳤다. 그 순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두 사람은 와락 서로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그들의 돌발 행동에 사람들은 놀랐지만 곧 모두의 눈시울이 젖었다. 별일 아닌 일로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는 미안함, 끝이 안 보이는 어둠의 터널 같은 현재 상황을 묵묵히 견딜 수밖에 없는 막막함, 그 때문이었으리라.

우리는 힘든 시간이 지속되면서 매우 예민해져 있다. 그래서 다툼이 늘고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함을 줄이고 배려심을 극대화시켜야 할 때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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