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평균 수익률 8.25% 넘으면 절대평가 만점…장기 실적이 당해 연도 부진 보완
상대평가 달성도 63%에도 종합 달성도 100%…내부 평가위도 개선 지적
김성주 이사장 “연말까지 개선안 마련”…손실 반영·지급 기준 손질 주목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내년에 기금 운용에서 17%의 손실을 내더라도 230억원이 넘는 목표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절대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구조 때문이다. 성과급 산식을 개편한 뒤 지급액은 1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어 411명에게 총 456억3300만원이 지급됐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조직에서 당해 연도 실적이 부진해도 과거 수익률을 바탕으로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평가체계의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금 수익률이 7월 말 잠정치인 14.84%로 확정되고 내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17%를 기록하더라도 2023∼2027년 5년 평균 수익률은 8.34%로 계산된다. 절대평가 만점 기준인 8.25%를 웃도는 수치다. 현행 목표 수익률 5.5%가 유지되고 상대평가 점수가 0점이 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지난해 기본급 총액을 적용하면 목표성과급만 230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 지급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2024년 12월19일 성과급 산식에 절대평가를 반영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고, 2025년 3월20일에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기본급의 1.5배로 상향했다. 개편된 산식을 처음 적용한 2025년도분 성과급은 총 456억3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급 대상 411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억1103만원이다. 2024년도분 평균 3461만원과 비교하면 약 3.2배에 달한다.
현행 평가체계는 시장 대비 운용 성과를 따지는 상대평가와 기금 자체의 수익률을 보는 절대평가로 구성된다. 상대평가는 시장 기준 수익률보다 얼마나 더 벌었는지를 측정하고, 절대평가는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이 8.25% 이상이면 만점을 부여한다. 장기적인 운용 실적을 보상에 반영한다는 취지지만, 과거 수익률이 높을 경우 특정 연도의 부진이 평가 결과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서도 두 평가 방식의 영향이 나타났다. 2025년도 상대평가 달성도는 목표의 63%에 그쳤지만, 절대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면서 전체 목표 달성도는 100%로 산정됐다. 시장 대비 초과수익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장기 수익률 평가가 부족한 실적을 보완한 셈이다. 운용역의 성과를 평가할 때 시장 전체의 상승에 따른 수익과 개별 운용 판단으로 거둔 초과수익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도 개선 필요성은 내부 평가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기금운용 실무평가위원회는 현행 방식으로는 시장 대비 초과수익이 저조하더라도 높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면 경쟁력 있는 보상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성과급 산식을 의결한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제도 시행 효과에 대한 중간평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이 보상체계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민간 금융회사와의 보수 격차에 따른 인력 이탈 우려가 있다. 전문 운용역을 유치하고 기존 인력을 붙잡으려면 경쟁력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적 연기금의 성과급은 민간과의 처우 격차뿐 아니라 운용 결과와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장기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이 결정되면 당해 연도 손실이나 시장 대비 부진한 실적이 지급액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이달희 의원은 “손실과 장기 성과가 보상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성과급 산정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보상 강화의 취지는 인정하더라도, 부진한 실적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평가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성과급 규모를 일률적으로 줄이는 것보다 당해 연도 실적과 시장 대비 초과수익, 장기 운용 성과를 어떤 비율로 반영할지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연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성과급 지급액이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전년도 운용 성과를 언급하는 한편, 재정 당국에서도 제도 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공단 역시 장기 성과와 보상의 연계가 명확하게 작동하도록 세부 운영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년 목표성과급 230억원 이상은 올해 수익률이 14.84%로 확정되고 내년에 마이너스 17%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가정에 따른 추정치다. 실제 지급액은 향후 운용 실적과 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말까지 마련될 개선안이 장기 수익률의 반영 비중을 조정하는 데 그칠지, 손실 발생 시 성과급을 제한하거나 지급 시점을 분산하는 방안까지 담을지가 제도 개편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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