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관악·영등포 등 상위 5개 구에 66% 집중… 전세 품귀 우려
신축 입주까지 주거 공백 발생… “이주 시기 분산 등 조율 시급”
향후 2~3년 안으로 서울 도심 안에서 5만 가구에 육박하는 대규모 이주 수요가 일시에 쏟아질 전망이다. 도심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정비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나, 착공 전 기존 주택을 철거하는 ‘멸실’ 단계에서 단기 주거 불안과 임대차 시장 가격 상승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6년 6월 말 기준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정비구역은 모두 66곳이다. 이들 구역의 기존 가구 수, 즉 멸실 예정 물량은 총 4만 8249가구에 달한다. 통상 사업시행인가 이후 2~3년 안팎의 기간을 거쳐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주민 이주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8년에서 2029년쯤 서울 안에서 5만 가구 가까운 주민이 한꺼번에 이주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용산·관악·영등포에 ‘이주 물량’ 66% 쏠림… 서민 주거지 집중 타격
이번 멸실 예정 물량은 특정 자치구에 편중되는 양상을 띤다.
자치구별로는 용산구가 7개 구역 8336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관악구(6곳 6652가구), 영등포구(10곳 6215가구), 송파구(5325가구), 서대문구(5232가구) 순이다. 이들 상위 5개 자치구가 차지하는 물량만 3만 1760가구로 전체의 65.8%에 이른다.
특히 전체 정비사업 가운데 단독·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한 주택정비형 재개발이 2만 8670가구로 전체의 59%를 차지한다. 비교적 저렴한 월세와 반전세 임대차 매물이 대거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주변 저가 연립·다세대주택 시장의 전세 품귀와 월세 상승을 자극할 공산이 크다.
개별 구역 단위로도 대규모 이주가 대기 중이다. 1000가구 이상 매머드급 사업장 12곳에서만 전체의 62%에 달하는 2만 9849가구가 이주 대상이다. 단일 구역으로 가장 큰 관악구 신림1구역(4410가구)은 신림역·서울대입구역 일대 청년층과 1인 가구 월세 시장에 직접적인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용산구 한남4구역(3423가구)과 한남5구역(2635가구)을 합한 6058가구를 비롯해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3530가구), 송파구 마천3구역(3036가구), 영등포구 신길제2구역(2790가구) 등도 이주 대기 물량이 대거 몰려 있다.
“집 짓는 속도보다 부수는 속도 빨라”… 이주 시기 분산 절실
정비사업 완료 후 새로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는 6만 3072가구로 기존 멸실 물량보다 약 1만 5000가구 많다. 그러나 착공 후 준공까지 걸리는 수년간의 ‘공급 시차’ 동안 거주지 이동에 따른 전·월세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신축 아파트 내 임대주택 건립 물량도 전체의 15% 수준인 9508가구에 그쳐 기존 원주민의 재정착을 돕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비사업은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축이지만, 멸실 단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기존 주거 물량을 시장에서 급격히 축소시켜 전·월세 수급 불균형을 부른다”며 “동일 생활권 내 대형 구역의 이주가 동시에 겹치지 않도록 서울시와 자치구 간 이주 시기 조율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주 집중 시기에 맞춘 공공 전세임대·매입임대 적기 공급과 함께, 권역별 전·월세 매물과 실거래가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현장 밀착형 정책 대응이 필수적이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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