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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위한 밥, 원가 2배에도 만들었다…CJ제일제당 18년의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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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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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자녀 둔 직원 건의로 개발…8억원 투자해 2009년 출시
생산 시간 일반 햇반의 10배 이상…누적 생산량 300만개 육박해
성인 환자 개당 1700원에 구매…연간 최대 1410만원 절감 기대

일반 햇반보다 만드는 데 10배 이상 오래 걸리고, 제조원가는 2배가 넘는다. 필요한 사람도 국내 2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이 2009년 출시해 올해로 18년째 생산하고 있는 ‘햇반 저단백밥’ 이야기다.

 

CJ제일제당이 희귀질환 환자를 위해 2009년 출시한 ‘햇반 저단백밥’. 일반 햇반보다 단백질 함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제품으로, 제조원가가 2배 이상 높지만 18년째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희귀질환 환자를 위해 2009년 출시한 ‘햇반 저단백밥’. 일반 햇반보다 단백질 함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제품으로, 제조원가가 2배 이상 높지만 18년째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이지만,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매일 필요한 음식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햇반 저단백밥의 누적 생산량은 최근 300만개에 육박했다. 올해는 질병관리청,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손잡고 성인 환자들이 정해진 가격에 제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는 체계도 마련했다.

 

시작은 한 직원의 건의였다.

 

페닐케톤뇨증(PKU)을 앓는 자녀를 둔 직원이 아이에게 먹일 저단백밥을 만들어 달라는 뜻을 회사에 전했다.

 

CJ제일제당은 2009년 3월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총 8억원을 투자하고 7개월간 연구한 끝에 독자적인 제조 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췄다. 그해 10월 출시한 제품은 단백질 함량을 일반 햇반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PKU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페닐알라닌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페닐알라닌이 체내에 과도하게 쌓이면 신경계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어 평생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CJ제일제당이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국내 PKU 환자는 약 140명, 저단백식품이 필요한 선천성대사이상질환 환자는 모두 200여명으로 파악됐다.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생산을 중단하기에는 매일 먹는 밥을 대신할 제품이 마땅치 않았다.

 

햇반 저단백밥은 일반 즉석밥보다 생산 과정이 복잡하다.

 

쌀을 도정한 뒤 단백질을 분해하는 별도 공정에만 24시간이 걸린다. 단백질 함량을 확인하는 검사 등 추가 과정도 필요하다. 전체 생산 시간은 일반 햇반의 10배 이상이고 제조원가도 2배 넘게 든다.

 

수요가 적은 데다 생산 효율까지 낮아 대량 생산으로 비용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CJ제일제당은 생산을 이어왔다. 2010년부터는 PKU 환아와 가족이 참여하는 캠프에 제품과 기부금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성인 환자에게 공급할 물량을 늘리기 위해 다른 제품의 생산 일정까지 조정했다.

 

생산량도 꾸준히 쌓였다. 출시 후 약 10년간 150만개였던 누적 생산량은 2023년 약 230만개를 거쳐 올해 300만개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환자가 성인이 된 이후였다.

 

그동안 햇반 저단백밥은 만 19세 미만 환아에게 정부 지원 물량을 우선 공급하는 구조였다. 성인 환자들은 남은 물량을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했다. 제품을 구하지 못하면 값비싼 해외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웃돈이 붙은 재판매 상품을 찾기도 했다.

 

일부 성인 환자를 위한 특수식 구입비 지원제도가 있었지만, 지원금을 받더라도 필요한 제품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았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월 질병관리청,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7월부터는 만 19세 이상 선천성대사이상질환 환자를 위한 구매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는 분기별 사전 주문을 통해 햇반 저단백밥을 개당 17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연간 최대 공급량은 1인당 1248개다.

 

질병관리청은 이 체계를 이용하면 환자 1인당 연간 848만~1410만원의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 제품을 비싸게 구매해야 했던 환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구매 절차도 단순해졌다. 환자가 희귀질환 헬프라인을 통해 신청하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문을 취합하고, CJ제일제당이 제품을 생산해 각 가정으로 배송한다.

 

이번 구매 지원은 28개 선천성대사이상질환에 해당하는 만 19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아니어도 신청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해외 거주 국민과 해외 희귀질환 환자들에게도 특수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아이에게 먹일 밥을 만들어 달라는 직원의 건의로 시작된 제품은 18년째 생산되고 있다. 이제는 성인이 된 환자들도 필요한 만큼 주문해 정해진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200여명을 위한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온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들이 평생 필요한 밥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길까지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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