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숙박·세 끼 식사 1만엔…공항 셔틀까지
日 골프장 2153곳 중 4곳 중 1곳 적자…한국 겨냥한 곳은 이용객 30%↑
나카가와마치 외국인 숙박객 2년 새 12배…98%가 한국인
방일 한국인 2025년 946만명 역대 최대…올 상반기도 18.6%↑
[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국내 골프장 예약이 감소한 사이 일본 골프리조트 예약은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골프장들이 그린피 인하와 특가 상품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가운데 일본에서는 라운드에 숙박과 식사, 온천, 교통을 결합한 상품으로 한국인 골퍼를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 골프장 전반은 적자와 폐장 위기에 직면했지만, 한국인 고객을 겨냥해 상품을 차별화한 지방 골프장에서는 이용객이 늘었다. 가격을 넘어 여행과 휴식을 결합한 경험이 골프 소비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2일 골프 통합 플랫폼 엑스골프(XGOLF) 운영사 쇼골프가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6년 1~9월 국내 XGOLF 골프장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10.1% 감소했다. 반면 쇼골프가 일본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와 아카미즈골프·온천리조트의 올해 1~8월 합산 예약 실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2.6% 증가했다. 다만 집계 기간과 대상이 다른 만큼 두 수치만으로 국내 골프 수요의 일본 이동 규모를 산출할 수는 없다.
국내 골프장들은 그린피 인하와 특가 상품 확대 등 가격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XGOLF 플랫폼의 국내 예약은 감소했다. 국내 골프 수요 전반의 위축을 뜻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격 인하만으로 예약 증가를 이끌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 반면 일본 골프여행은 엔화 약세에 더해 라운드와 숙박, 식사, 온천, 관광을 한 일정으로 묶어 비용 부담과 여행 편의성을 함께 고려하는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쇼골프가 운영하는 가고시마의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는 18홀 코스와 숙박시설, 온천을 갖췄다. 구마모토의 아카미즈골프&온천리조트도 자연경관 속에서 골프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한다. 두 리조트의 예약 증가세는 체류형 상품이 일본 골프여행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예약 실적만으로 엔저와 부대서비스가 증가분에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인 고객을 겨냥해 상품 구성을 바꾼 일본 지방 골프장도 있다. 도치기현 나카가와마치의 우구이스노모리 골프클럽&호텔 바토는 나리타공항에서 약 130㎞ 떨어져 자동차로 2시간 이상 걸린다. 1989년 18홀 규모로 문을 연 이 골프장은 73실 규모 호텔과 온천을 갖췄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평일 그린피가 6200엔으로 저렴했지만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전환점은 2023년 찾아왔다. 운영사인 일본녹지개발(日本緑地開発)이 일본 골프장 운영 경험이 있는 한국계 기업과 손잡았고, 이 기업은 한국 자회사를 통해 국내 골퍼를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골프와 1박 숙박, 세 끼 식사를 포함한 패키지를 약 1만엔에 판매하고 나리타공항과 이바라키공항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영했다. 호텔 노천온천까지 내세워 교통 접근성의 약점을 보완했다. 패키지 가격은 상품 조건과 이용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성과는 이용객 통계에 나타났다. 우구이스노모리 골프클럽의 전체 이용객은 약 30% 늘었고, 외국인 비중은 2024년 약 30%에서 2025년 약 60%로 두 배가 됐다. 골프장 측은 수요 증가에 대응해 2027년 10실 규모의 숙박동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다만 이용객 증가와 증축 계획만으로 흑자 전환 여부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
지역 숙박 통계에서도 한국인 관광객 증가가 확인된다. 나카가와마치의 외국인 숙박객은 2023년 1451명에서 2025년 1만7618명으로 약 12.1배 늘었으며, 이 가운데 약 98%가 한국인이었다. 다만 지역 전체 통계인 만큼 증가분 전부를 해당 골프장의 성과로 볼 수는 없다.
일본 골프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에 따르면 일본 골프장은 2153곳으로, 2002회계연도 정점보다 10% 이상 줄었다. 골프장 약 4곳 중 1곳은 적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치기현 야이타컨트리클럽은 회원들에게 2027년 말 폐장 계획을 알렸으며, 골프장 부지를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넘기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난에 빠진 골프장도 있다. 미에현의 롯코쿠 골프클럽 운영사는 2026년 9월 1일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다. 부채는 약 56억엔, 채권자는 약 1900명이다. 1978년 문을 연 이 골프장은 최근 연매출 약 5억엔을 기록했고, 2026년 3월기 이용객도 5만1253명에 달했다. 일정 수준의 매출과 이용객을 확보하고도 재무난을 겪은 사례다. 운영사는 후원사의 지원 아래 재건을 추진하고 있어 폐장 사례와는 구분된다.
전체 이용객 통계도 일본 골프시장의 복합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일본골프장경영자협회가 집계한 2025회계연도 골프장 이용객은 8749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5만3000명(0.1%) 감소했다. 70세 이상 이용객도 2064만7000명으로 13만6000명(0.7%) 줄었다. 반면 2025년 11월 이용객은 861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4% 증가했고, 2019년 11월보다도 5.8% 많았다. 2026년 4월 이용객 역시 전년 동월과 비슷했지만 2019년 4월보다는 4.6% 많았다. 전체 이용객이 정체된 가운데 시기와 골프장에 따라 실적은 엇갈렸다.
한국인의 일본 방문 증가도 지방 골프장의 고객 유치에 유리한 배경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5년 방일 한국인은 945만96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6년 상반기에도 567만5100명이 일본을 방문해 전년 동기보다 18.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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