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하루 10알 이내, 어린이는 2~3알 이내 섭취
은행나무 아래 노랗게 익은 열매가 우수수 떨어져 거리를 뒤덮는 계절이다. 은행은 자칫 밟기라도 하면 고약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지만, 식탁에서는 뛰어난 맛과 영양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식재료다. 한방에서는 예부터 은행을 기침과 천식 등에 쓰는 약재로 여겼다. 다만 독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반드시 익혀 먹고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 ‘살아 있는 화석’이 맺은 은빛 살구씨
23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은행은 은행나무의 씨로, 백과(白果) 또는 압각자(鴨脚子)라고도 부른다. 봄에 꽃이 피고 가을이면 열매가 노랗게 익는다.
산림청의 임산물 재배 자료에 따르면 은행은 열매가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10~11월에 수확한다. 우리가 먹는 부분은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바깥 과육과 단단한 껍데기를 벗겨 낸 속의 연둣빛 씨앗이다.
은행나무는 약 2억 년 전의 화석에서도 흔적이 발견된 식물이다.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은행나무속의 유일한 현존 종으로, 오랜 세월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하구 남쪽 천목산 일대로 알려졌다.
이름에도 생김새가 담겼다. 씨가 은빛을 띠고 살구를 닮아 ‘은행(銀杏)’이 됐다. 잎이 오리발처럼 생겨 ‘압각수(鴨脚樹)’, 심은 사람의 손자 대에 이르러서야 열매를 본다고 해 ‘공손수(公孫樹)’라는 별칭도 붙었다.
◆ 기침 다스리던 약재…알맹이엔 칼륨·비타민C 풍부
한방에서는 은행을 기침과 천식 등에 쓰는 약재로 여겼다. 허준이 편찬한 ‘동의보감’ 탕액편에도 은행이 폐와 관련된 증상과 기침 등에 쓰이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다만 전통적인 약재 활용과 현대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 효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칼륨과 비타민C 등을 함유한 식품이다. 미국 농무부(USDA)의 식품영양성분 자료에 따르면 생은행 100g에는 칼륨 약 510㎎과 비타민C 약 15㎎이 들어 있다. 칼륨은 신경·근육 기능과 정상적인 심장 박동 유지에 관여하며,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과 면역 기능, 콜라겐 합성에 필요하다.
익힌 은행 100g의 열량은 약 180㎉, 지방 함량은 약 2g정도로 낮다. 다만 영양 성분은 조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껍데기 희고 알 푸른 것 골라 팬에 5분 이상 볶아야
은행은 껍데기가 깨끗하고 잘 마른 것, 알맹이가 녹색을 띠는 것을 골라야 한다. 곰팡이가 피었거나 쉰내·쩐내가 나는 것은 껍데기가 멀쩡해 보여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간편한 조리법은 기름에 볶는 것이다. 단단한 겉껍질을 제거한 은행을 준비한 뒤 팬에 식용유를 소량 두르고 중약불에서 5~10분가량 굴려 가며 충분히 익힌다. 은행이 노릇해지고 속까지 익으면 불을 끄고 소금을 약간 뿌려 간을 맞춘다. 조리 시간은 은행의 크기와 불 세기에 따라 조절한다.
볶은 은행은 한 김 식힌 뒤 키친타월로 감싸 문지르면 얇은 속껍질을 벗기기 쉽다.
볶은 은행은 밥이나 죽, 찜에 몇 알씩 섞거나 고명으로 올리면 잘 어울린다. 은행밥을 지을 때 쌀을 씻어 평소처럼 물을 맞춘 뒤 껍질을 제거한 은행을 함께 전기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은행 특유의 고소한 맛이 밥에 배어들며, 밤이나 대추를 곁들이면 단맛과 식감을 더할 수 있다.
은행을 꼬치에 꽂아 구워 먹는 방법도 있다. 껍질을 제거한 은행을 꼬치에 4~5알씩 끼운 뒤 기름을 살짝 바르고 팬에서 굴려 가며 속까지 충분히 익힌 뒤 소금을 가볍게 뿌리면 간단한 안주나 간식으로 즐길 수 있다.
갈비찜이나 삼계탕 같은 요리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고기와 함께 조리하면 은행의 고소한 풍미가 더해진다. 다만 너무 오래 익히면 식감이 물러질 수 있어 조리 후반부에 넣는 것이 좋다.
◆ 충분히 익혀 적당량만…성인 하루 10알 이내
은행은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매력적이지만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은행을 반드시 익혀 먹고 성인은 하루 10알, 어린이는 2~3알 이내로 섭취하도록 안내한 바 있다. 이는 독성 위험이 전혀 없음을 보장하는 절대적인 안전 기준은 아니다. 특히 어린이는 독성에 더 주의해야 하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에는 메틸피리독신 등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메틸피리독신은 비타민 B6의 대사와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 충분히 익혀 먹더라도 과다 섭취하면 구토와 어지럼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경련이나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은행잎 추출물 제품을 복용하고 있다면 약물 상호작용도 살펴야 한다. 은행잎 추출물은 와파린 등 항응고제나 아스피린과 함께 복용할 경우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열매를 맨손으로 만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은행의 바깥 과육에는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는 자극성 성분이 들어 있어 손질할 때는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손질 중 과육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눈에 통증이나 충혈이 나타나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확성기 무기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22/128/20261022524302.jpg
)
![[기자가만난세상] 병역특례, 폐지보다 보완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8/128/20260218510779.jpg
)
![[세계와우리] ‘브릭스 20년’의 빛과 그림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128/20260319520846.jpg
)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땀과 눈물을 품은 국립스포츠박물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8/128/20261008517999.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