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가 없더라도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식이섬유는 원활한 배변 활동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몸에서 그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올바른 섭취 방법을 알아본다.
◆ 식이섬유는 종류마다 역할이 다르다
식이섬유는 사람의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는 성분이다. 물에 녹는 정도에 따라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나뉜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운동을 도와 배변을 원활하게 한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변비나 게실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에서 젤처럼 변하고,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분해하면서 만드는 물질은 장 건강과 혈당·콜레스테롤 조절에 영향을 준다.
식품마다 들어 있는 식이섬유의 종류와 양은 다르다. 곡류와 콩류,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으면 여러 종류의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다.
◆ 혈당·콜레스테롤 조절과 포만감에 도움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에서 포도당이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한다. 귀리에 든 베타글루칸이 대표적이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에서 담즙산과 결합해 이를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간이 담즙산을 새로 만들 때 혈중 콜레스테롤을 사용하므로, 이 과정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소화·흡수가 천천히 이뤄지고 포만감이 오래가 식사량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식이섬유 섭취량 많을수록 대장암 위험 낮게 나타나
2011년 국제학술지 ‘BMJ’에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식이섬유 섭취량이 많을수록 대장암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식이섬유와 통곡물 섭취가 대장암 발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핀 전향적 연구 25편을 검토했다. 이 가운데 식이섬유 섭취량과 대장암 위험의 관계를 분석한 16편을 종합한 결과, 하루 섭취량이 10g 많을수록 대장암 위험이 10% 낮게 나타났다.
미국암협회는 식이섬유를 보충제보다 채소·과일·통곡물·견과류·씨앗류 같은 식물성 식품으로 섭취하라고 권한다. 이런 식품에는 식이섬유와 함께 비타민·미네랄·카로티노이드·플라보노이드 등도 들어 있다.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먹으면 면역 기능과 뼈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한국인 식이섬유 섭취량, 기준에 못 미쳐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의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하루 식이섬유 충분섭취량은 30g이고 여성은 19~49세 20g, 50세 이상은 25g이다. 충분섭취량은 평균필요량이나 권장섭취량을 정하기 어려울 때 건강한 사람들의 섭취량 등을 참고해 설정하는 섭취 기준이다.
2018~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연령대에서 평균 64%가 식이섬유 충분섭취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이 식이섬유를 가장 많이 섭취한 식품은 배추김치였고, 고춧가루·사과·감·백미가 뒤를 이었다. 한 번 먹는 분량을 기준으로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식품으로는 보리·감·복숭아·대두·토마토 등이 있다.
흰쌀밥에 보리나 콩을 섞고 나물·채소 반찬을 함께 먹으면 식이섬유를 더 섭취할 수 있다. 사과처럼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갈아서 주스로 마시기보다 통째로 먹는 것이 좋다. 아몬드·호두 등 견과류나 치아씨드 같은 씨앗류도 간식으로 먹을 수 있다. 평소 식이섬유를 적게 먹었다면 섭취량을 한꺼번에 늘리지 말고 조금씩 늘린다. 식이섬유를 갑자기 많이 먹으면 복부팽만 증상을 겪을 수 있으므로 물도 충분히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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