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땐 타부서에 부탁해야 하나”
신속 수사 걸림돌 우려 목소리도
警 “오해 여지… 지침 다시 내려”
최근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썼다. 그는 “경북 칠곡경찰서는 수사과에 사법경찰관이 지능팀 1명, 형사1과 2명, 형사2과 1명, 형사3과 1명, 수사1과 1명, 수사2과 1명, 수사3과 1명, 수사4과 1명, 유치관리팀 6명, 수사지원팀 2명”이라며 “실 수사부서엔 사법경찰관이 대부분 팀장 1명뿐이고 지원부서나 유치장에는 사법경찰관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10월2일이 되기 전에 방법을 찾았다면 좋았겠지만 그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교육만 강화하는 느낌이라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킥스 게시판에는 ‘피의자 신문을 할 때 사법경찰관이 반드시 참여하라’는 경찰청 지침에 대한 수사관의 불만이 줄잇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97조·243조 등에 따르면 경위 계급 이상의 경찰공무원은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를 수사하고, 경사·경장·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수사를 보조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 경찰서 수사부서에는 사법경찰관이 부족해 실무적으로 사법경찰리가 배당된 사건의 피의자 신문을 직접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형소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고 수사 주체가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되면서 적법한 절차 준수를 강조하기 위해 경찰청이 이 같은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경사 이하 계급의 하위직 경찰관이 독자적으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작성하는 관행은 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찰수사규칙 제39조를 형사소송법에 맞도록 개정하라는 올해 8월 국가권익위원회의 권고와도 맞닿는 조치다.
한 경위는 “형소법에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게 돼 있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그간엔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례에 따라 실무적으로 조사자와 참여자 모두 사법경찰리가 해도 문제가 안됐다”면서 “검찰개혁이 이뤄지면서 (형소법을) 엄격히 지키자는 차원에서 지침을 내린 것 같다”고 했다.
일선의 원성은 자자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사흘 앞둔 지난달 29일부터 일선 수사관의 법령 해석과 실무를 지원하는 ‘현장 상담·지원 전담팀(TF)’을 구성하면서 킥스 게시판이나 유선전화를 통해 질의를 받는데, 이 지침에 대한 질의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경남 창원서부서 형사과의 한 경찰관은 킥스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사법경찰관이 팀에 없을 때 평일 주간엔 타 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조서 작성이) 가능하지만, 당직 때 변사나 화재 등 팀장과 팀원 중 1명(저희 팀은 사법경찰관 2명, 사법경찰리 3명)이 있을 때 피의자가 출석하거나 현행범 체포되면 사법경찰관이 사무실에 없다는 이유로 당직이 있는 곳에 가서 부탁해 조사를 받으라는 말인가”라며 “어디 전화라도 해서 항의 하든 뭐든 하고 싶다. 일을 하게 해달라”고 했다.
관련 글에는 “잘 하고 계시는 팀장님껜 죄송하지만 일부 일을 안하는 팀장이나 업무에 무관심한 팀장님에게 막내가 조사 참여 좀 해달라고 부탁이 잘 될까요. 신속수사가 될까요. (조사) 일정 자체가 잘 안잡힐 것 같습니다” “일선 수사현장과는 괴리가 있고 관련 부서에서 재검토돼야 할 사안으로 생각됩니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와 관련해 △한 팀당 5∼10조로 구성해 팀장 인원을 최소화 △사법경찰관 기준을 경사 또는 경장으로 하향 △계급이 아닌 실 수사부서 근무 경력 등을 기준으로 사법경찰관 재정의 등 방안을 마련해 현장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침은) 사법경찰관을 반드시 대동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휘·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오해가 있었다”며 “어떻게 하다보니 형소법 개정과 함께 준칙 개정이 이뤄졌지만 새 형사사법체계와 관련은 없으며 3일 명확히 지침이 다시 내려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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