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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접경지 군사 긴장 고조… 李 ‘한반도 평화 공존’ 시험대 [DMZ 지뢰 폭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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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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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대북정책 중대 기로

단순 대화 통로 복원 목표 아닌
‘싸울 필요 없는 평화’ 강조해와
원칙 대응·확전 방지 줄타기 관건
확성기 재개 등 상응조치 주목

국정원, 김여정 담화 ‘로키’ 평가
“北과의 연관성 차단 의도” 분석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싸고 남북이 맞서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이 현실적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대화 통로를 복원해 ‘싸울 필요 없는 평화’를 만들겠다는 기조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접경지역에서 실제 장병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북한이 책임을 부인하면서 북한에 책임을 묻는 원칙적 대응과 확전을 막는 긴장 관리 사이에서 향후 대응 수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30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붉은색 남방한계선 월경방지표지판 일대가 적막하다. 이날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북측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30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붉은색 남방한계선 월경방지표지판 일대가 적막하다. 이날 군과 유엔군사령부는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북측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은 지난 21일 DMZ 폭발 사고의 원인을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고 북한은 30일 이를 부인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관련 담화에 대해 “로키(low-key)로 담화했다고 분석 중”이라며 북한이 사건과의 연관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에 군부가 내던 관련 담화를 김 부장이 직접 낸 점도 이런 분석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사고가 이 대통령에게 부담되는 것은 평화공존을 단순한 대화 재개가 아니라 군사적 긴장을 줄이고 위기를 관리하는 구상으로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포용·안정·책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세 가지 방향으로 제시하며 “위기와 확전 방지를 위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유엔총회에서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는 당사자 간 관계 정상화뿐 아니라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매우 유용한 틀”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는 2015년 DMZ 목함지뢰 사건 당시 상황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당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장병 2명이 크게 다치자 박근혜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후 북한의 포격과 준전시상태 선포로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높아졌고, 남북 고위급 접촉을 거쳐 북한의 유감 표명과 남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담은 8·25 합의가 나왔다. 군사적 대응과 대화가 맞물렸지만 그 과정에서 한반도 긴장도 최고조로 치달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30일 공개된 담화에서 비무장지대 폭발 사건이 북한군 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우리 군의 발표를 “자작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30일 공개된 담화에서 비무장지대 폭발 사건이 북한군 지뢰에 의한 것이라는 우리 군의 발표를 “자작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번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비롯한 상응조치의 수위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별도의 공개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고 고정식 확성기도 철거된 만큼 북한군 지뢰가 최종 확인될 경우 어느 수준까지 대응할지가 향후 평화공존 구상의 실제 운용을 가늠할 지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한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 간 직접 소통 채널이 사실상 끊겨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의 판단을 복잡하게 한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피스 메이커’를 맡기고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해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질 경우 북·미 대화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野 주도 외통위, 은폐 의혹 거듭 주장 3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 앞에 ‘지뢰 폭발 늑장조사! 북한 눈치 은폐조사!’라고 쓰인 손팻말이 세워져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의 조사 지연과 북한을 의식한 은폐 의혹을 주장했다. 남정탁 기자
野 주도 외통위, 은폐 의혹 거듭 주장 3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 앞에 ‘지뢰 폭발 늑장조사! 북한 눈치 은폐조사!’라고 쓰인 손팻말이 세워져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의 조사 지연과 북한을 의식한 은폐 의혹을 주장했다. 남정탁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간 군사·외교 협력이 깊어진 것도 과거와 달라진 조건이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외교·군사적 선택지를 넓히면서 서울과의 관계 개선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도 과거보다 크지 않은 환경이 됐다.

 

국내 여론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통일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8.2%로 2년 연속 절반을 밑돌았다. 반면 ‘남북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데 동의한 응답은 66.9%로 지난해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도 70.3%로 2015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았다. 조사는 지난 4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면 면접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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