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6600억대 챙긴 혐의
‘영장없는 수색’ 금감원 증거 배제
기소 부당이득 중 1324억만 인정
벌금도 3900억… 檢 구형은 1조대
단일 종목 주가조작 사건 사상 최대인 66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총책 이진훈(57)씨에게 법원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보다 5년 낮아진 형량이다.
법원이 검찰의 ‘위법수집증거’를 인정하며 검찰 산정 부당이득 중 1324억원만 받아들인 결과다. 검찰이 ‘사상 최대’라고 내세운 범죄수익의 약 80%가 입증의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부당이득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벌금 역시 검찰 구형 약 1조900억원에서 3900억원대로 줄었다. 검찰의 증거 수집 방식과 수사 적법성을 둘러싼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박종열)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원을 선고했다. 약 1324억원의 추징과 밀항 당시 소지했던 미화 8800달러 몰수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조947억7590만원을 구형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검찰이 확보한 주식 매매자료의 증거능력이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검찰 요청을 받은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등에서 추가 계좌와 매매자료를 확보한 것은 독립적인 행정조사가 아닌 사실상 형사수사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직접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금감원을 통해 자료를 확보한 것은 실질적인 ‘영장 없는 수색’이라고 봤다. 이후 별도 영장이 발부됐지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법원의 실질적인 심사가 없었다며 절차상 하자도 치유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당 계좌·거래자료가 증거에서 배제된 배경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444개 계좌 중 적법한 증거로 확인된 113개 계좌의 이익만 인정해 부당이득을 약 1324억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시세조종 범행 자체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 전반을 기획·주도하고 인력 모집과 역할 분담 등을 총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밀항을 시도한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범행을 자백하고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 진술해 실체 규명에 협조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됐다.
재판부는 주가조작으로 영풍제지 주가가 1년 새 약 14배 오른 뒤 폭락해 투자자와 증권사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범행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씨 외 공범 23명에 대한 재판도 이뤄졌다. 이들은 시세조종 가담 정도와 역할에 따라 징역 2년6개월∼6년과 1700억∼3900억원대 벌금 등이 선고됐고, 일부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일부 피고인은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됐다. 이씨 도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신모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다수의 증권계좌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와 고가매수 등을 반복하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영풍제지 주가는 수정주가 기준 2022년 10월25일 3484원에서 이듬해 10월17일 4만8400원으로 약 14배 상승했다. 한편 검찰의 절차 위반이 결과적으로 주가조작범의 부당이득 인정액과 벌금을 낮춘 만큼 향후 항소심에서도 증거능력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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