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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450억 몸값’ 2004년생 테니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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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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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고프, 2년 연속 여성 스포츠 수입 1위
세리나를 꿈꾸던 소녀, 한 해 450억원 벌다

2018년 미국의 한 스포츠 브랜드 임원에게 감사 카드 한 장이 도착했다. 보낸 사람은 14세 테니스 소녀였다.

 

임원은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 이 소녀가 유명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5년 뒤 그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소녀가 US오픈에서 우승하자 임원은 간직해온 카드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소녀에게 문자로 보냈다.

 

어린 코코 고프가 아버지 코리와 함께한 모습. 코코 고프 SNS 캡처
어린 코코 고프가 아버지 코리와 함께한 모습. 코코 고프 SNS 캡처

 

소녀의 이름은 코코 고프(22·미국). 카드를 받은 사람은 현재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크리스 데이비스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고프는 지난해 약 3300만달러(약 450억원)를 벌어 2년 연속 전 세계 여성 스포츠 선수 가운데 수입 1위에 올랐다.

 

분홍색 라켓과 세리나

 

고프의 첫 라켓은 분홍색이었다. 2009년 세리나 윌리엄스가 호주오픈을 제패하는 모습을 본 아버지 코리가 사준 것이다. 세리나는 어린 고프가 가장 동경한 선수였다.

 

고프는 이후 델타항공 광고에서 어린 세리나의 대역으로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촬영장에서 우상과 마주친 순간을 고프는 이렇게 기억한다.

 

“세리나가 옆을 지나가던 것만 기억난다. 현실 같지 않았다. 누가 저 사람이 예수님이라고 했어도 믿었을 거다.”

 

뉴발란스 의류를 입은 고프. 코코 고프 SNS 캡처
뉴발란스 의류를 입은 고프. 코코 고프 SNS 캡처

 

아버지는 다 계획이 있었다

 

아버지 코리가 그린 딸의 미래는 테니스 선수에서 끝나지 않았다.

 

부모는 딸의 재능에 인생을 걸었다. 가능성이 보이자 두 사람 모두 직장을 그만두고 테니스 강세 지역인 남부 플로리다로 이사해 조부모 집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홈스쿨링으로 딸을 가르쳤고, 아버지는 코치가 됐다.

 

고프는 10세에 미국테니스협회(USTA) 클레이코트 12세 이하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후원사들이 몰려들었지만 부모는 계약을 서두르지 않았다. 마음을 바꾼 건 고프가 프랑스오픈 주니어 정상에 오른 2018년이었다.

 

그해 뉴발란스 본사를 처음 찾은 고프는 데이비스에게 감사 카드를 보냈다. 원래 나이키 선수를 꿈꾸던 고프와 가족은 ‘테니스 그 이상’을 약속한 뉴발란스를 택했다.

 

훗날 고프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면서 브랜드의 얼굴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되고 싶어졌다”면서 “아빠는 내가 어릴 때부터 그게 나를 위한 자신의 계획이라고 말해왔다. 함께할지는 내 선택이었다. 18세가 됐을 때 이걸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15세, 전설을 꺾던 날

 

2019년 윔블던. 예선을 뚫고 올라온 15세 고프의 1회전 상대는 비너스 윌리엄스였다. 세리나의 언니이자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7차례 우승한 전설이었다. 고프는 윌리엄스 자매가 자신이 테니스를 하는 이유라고 말해왔다. 

 

고프는 비너스를 2-0으로 꺾었다. 경기가 끝나자 무릎을 꿇은 고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고프는 “이겨서 운 건 처음”이라고 했다. 비너스에게는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는 여기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4년 뒤인 2023년 US오픈 결승. 고프는 아리나 사발렌카에게 첫 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두 세트를 따냈다. 첫 메이저 우승이었다. 1999년 17세의 세리나 이후 가장 어린 미국인 US오픈 우승자였다. 시상식에서 고프는 “오늘 아빠가 우는 걸 처음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프랑스오픈까지 품었다. 몸값도 함께 뛰었다. 지난해 수입 약 450억원 가운데 대회 상금은 약 110억원이다. 나머지 약 340억원은 광고와 후원 등 코트 밖에서 벌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고프.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었다. 코코 고프 SNS 캡처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고프.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었다. 코코 고프 SNS 캡처

고프에게도 계획이 있다

 

포브스가 올해 5월 발표한 세계 스포츠 스타 수입 상위 50명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3년 연속이다. 50위인 테니스 선수 야니크 시너의 수입은 5460만달러(약 740억원)로 고프보다 약 290억원 많다. 이 명단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여성은 2023년의 세리나였다.

 

여성 스포츠 시장은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올해 여성 엘리트 스포츠 매출이 처음으로 약 30억달러(약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포브스는 톱50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 선수 중 하나로 고프를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상품성 높은 여자 선수’라는 이유다.

 

이달 US오픈 4강을 마친 고프는 “1~2년 더 노력해서 24세, 25세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 내 테니스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보고 싶다”고 했다.

 

고프의 계획은 코트 밖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에이전시를 떠나 자신의 매니지먼트사 ‘코코 고프 엔터프라이즈’를 세웠다. 영상 콘텐츠 제작사와 손잡고 TV·영화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사준 분홍색 라켓으로 테니스를 시작한 소녀는 이제 3년째 여성에게 닫혀 있는 ‘톱50’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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