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여명학교에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선 학교 교사(校舍) 신축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항의와 고성이 내내 이어졌다고 한다. 서울교육청이 개최한 설명회는 옛 염강초 부지에 유아교육진흥원 및 여명학교 교사를 건립하는 방안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북한이탈주민을 부모로 둔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는 2023년 폐교된 염강초 건물의 임시 사용 허가를 받아 운영돼왔는데, 당장 내년 2월로 기한이 완료된다. 학교는 지난 7월 통일부, 서울교육청, 현대자동차그룹 등과 현 부지에 새 건물을 짓기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인근 아파트의 주민이 중심이 된 ‘여명학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사전 논의 부재와 절차적 정당성 부족을 문제 삼는다. 교육청이 2023년 염강초 부지 ‘임시 사용’을 약속해놓고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여명학교 신축을 밀어붙인다고 주장한다. 지역 유치원 정원이 수요 대비 50%에 그쳐 다른 구로 다니는 불만도 제기됐다. 일리 있는 지적인 만큼 교육 당국은 당장 개선책을 마련해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비대위 단체대화방에는 학교가 자리한 강서구 가양동 일대에 임대주택과 특수학교 등 ‘기피시설’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다수 올라온다는 전언이다. 이런 이유로 여명학교를 무조건 반대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기피시설은 인근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는데,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인 중 몇몇 시설만 콕 짚어 문제 삼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어제는 법정 기념일인 ‘이산가족의 날’이다. 탈북민 다수가 가족해체의 아픔을 겪은 터인데 자유를 찾아 넘어와서도 사회적 편견에 더 큰 고통을 받아선 안 된다. 요즘 북한 배경 청소년은 중국 등 제3국 출생이 다수라 언어·문화적 차이로 정규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크다. 2004년 문을 연 여명학교는 교육청이 인가한 서울 유일의 북한 배경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으로, 정규 과정에 적응 못 한 아이들을 보살펴왔다. 그런데도 20년 넘게 셋방살이만 전전하는 신세이다. 이 학교 조명숙 교장은 설명회에서 무릎을 꿇은 채 “저희 아이들 좀 품어주세요, 갈 데가 없습니다”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더는 외면할 일이 아니다. 약자를 포용하는 아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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