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업자 1~8월 평균 19만3000명 감소…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전문가, “명절에도 이어지는 단절, 사회적 고독감 키울 수 있어”
“저는 전업 수험생이라 거의 안 쉬어요.”
2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청년 센터(광역일자리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던 한모(26)씨는 “일주일에 한 번만 잠깐 쉬는데 그때도 4시간은 미리 공부하고 나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8월 말 공인노무사 2차 시험을 치른 그는 시험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았지만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곧바로 내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친척들이 집에 오지만 밖에 나와 공부할 계획이다. 친척들의 취업·연애·결혼 질문이 부담스러운 데다 집에서는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서다. 한씨는 “밀린 강의가 조금 있는데 명절 때 몰아서 들을 것”이라고 했다.
3년째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허모(26)씨도 추석 연휴에 스터디카페에 가서 어김없이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허씨는 이미 가족들에게 “이제는 명절에도 공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루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에게 명절은 사치에 가깝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이날 만난 청년들은 다가오는 면접을 준비하거나 입사 지원서를 작성하는 등 저마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명절 반납한 취준생들
일반 기업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취준생들에게도 ‘빨간날’의 여유는 사치다. 이날 용산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황모(24)씨는 정장을 입은 채 노트에 적어둔 예상 면접 질문을 살펴보고 있었다. 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당장 다음 주만 면접이 3개라 명절 내내 면접만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8개 회사의 입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과 명절을 보내더라도 채용 일정을 고려하면 통째로 쉴 수는 없다. 1년 전부터 자동차 분야 상품기획 직무 취업을 준비해 온 이모(24)씨는 추석 연휴 동안 준비하고 있는 10곳의 기업 중 최소 2곳 이상의 이력서를 쓰는 게 목표다. 그는 “명절에 조부모님 댁에 가지만 적어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는 지원서를 쓰는 데만 전념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
청년들이 명절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배경에는 고용 한파 등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8월 20대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3000명 줄었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가 컸던 1998년(55만명 감소)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4만2000명 감소)이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11만1000명 감소)보다도 감소 폭이 크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최종학교를 졸업한 미취업 청년 중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율은 48.6%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취업의 문턱이 높아진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명절을 계기로 이어지던 가족 간 교류마저 단절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에 진출해 자신감이 생겨 자랑할 게 있다면 가족 모임에도 발걸음이 가볍겠지만 지금은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매우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부모 세대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갈등을 피하려고 청년들에게 예전처럼 명절 의례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 교수는 “사실 명절은 그동안 해체되고 있던 가족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인데 지금의 청년 세대는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나 불안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서로 간의 단절이 이어지면 한국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고독감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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