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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억 빌딩 왜 던졌나…하정우가 털어놓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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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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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낀 알짜배기 건물까지 매물로 내놓은 배경

배우 하정우가 서울 한복판에 버티고 있던 빌딩 두 채를 시장에 내놓았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세상은 연예계 최고 수준의 부동산 고수가 또 한 번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여겼다. 종로구 관철동의 95억원짜리 빌딩과 송파구 방이동의 170억원짜리 대형 건물이 매물로 나오며 두 채의 가치만 총 265억원을 넘어섰으니 그럴 만도 했다. 특히 방이동 빌딩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2031년까지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안겨주는 알짜배기 매물이었다. 또한 화곡동 빌딩 하나로 45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머쥐며 부동산 고수로 통했던 그였기에 이번에도 더 큰 판을 노리는 베팅일 거라 짐작했다.

수백억 자산을 굴리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그가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넷플릭스 제공
수백억 자산을 굴리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그가 마주한 현실적인 고민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당사자의 입에서 나온 진심은 대중의 기대치와 완전히 빗나갔다. 얼마 전 유튜브 토크 콘텐츠를 비롯해 공식 석상에 나선 하정우는 건물 매각설을 가볍게 웃어넘기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특히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드라마 찍으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겨서 건물을 내놨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놓으며 허탈하게 웃은 그는, 빌딩을 정리하는 진짜 이유를 덤덤하게 꺼냈다.

 

“나의 지난 어떤 잘못된 투자가 생각이 나더라.” 화려한 건물주 타이틀 뒤에 숨겨진 성급했던 투자 결정들을 돌아보게 됐다는 고백이었다.

 

사실 우리가 아는 하정우는 하루아침에 꽃길만 걸어온 스타가 아니다. 충무로에서 주연작 누적 관객 수 1억 명을 최단기간에 돌파하고 수십억원대 빌딩을 주무르는 거물이 되기까지 그가 거쳐 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반지하 단칸방과 베란다를 전전하던 무명 시절, 훗날 수백억 자산을 지탱할 단단한 맷집을 기르던 스무 살 청년의 시간. 세계일보 자료사진
반지하 단칸방과 베란다를 전전하던 무명 시절, 훗날 수백억 자산을 지탱할 단단한 맷집을 기르던 스무 살 청년의 시간.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집안의 전 재산이 압류당하고 남은 것이라곤 아버지의 차 한 대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스무 살 청년 하정우는 빚을 갚기 위해 닥치는 대로 몸을 던져 일해야 했다. 방이 모자라 베란다에 기거하며 찬바람을 맞았고, 입시 연기 과외 강사로 일하며 억척스럽게 생활비를 벌어야 할 정도로 치열하게 바닥부터 뛰어올라온 사내였다.

 

이러한 과거의 결핍은 그가 수백억원대 자산을 쥐고 흔들게 된 이후에도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맷집이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성공의 연속 같지만, 그에게 자산이란 허영이나 과시의 도구가 아니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삶을 버텨내는 방어막이었다.

 

한때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에 전념했던 그는 막상 대형 건물주로 살아보며 겪은 막대한 대출 이자와 관리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수백억원대 건물을 굴리며 얻는 명성 이면에 가려진 부담감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그는 이전의 투자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아쉬웠던 점들을 쿨하게 인정하고, 완전히 새로운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지난 4월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속 배역 역시 빚에 허덕이는 생계형 건물주다. 가상의 연기가 아니라 본인의 경험담이 겹쳐 보이는 대목이라 묘한 현실감을 자아낸다.

건물주의 짐을 내려놓고, 카메라 앞에서 예술가로서의 호흡을 가다듬는 유연한 태도. 워크하우스컴퍼니 제공
건물주의 짐을 내려놓고, 카메라 앞에서 예술가로서의 호흡을 가다듬는 유연한 태도. 워크하우스컴퍼니 제공

카메라 앞의 연기에 머물지 않고 메가폰을 잡아 영화를 만들고 쉼 없이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그에게, 수백억원대 빌딩을 관리하는 일은 예술가로서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무거운 짐일 뿐이었다. 건물주 타이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그의 선택은 부동산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택한 결과다. 돈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옥죄는 대신, 창작자로서의 자유와 일상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짐을 내려놓은 결단에서 진짜 자본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태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타이틀은 환상일 뿐, 우아하게 진짜 삶을 지켜내기 위한 가벼운 발걸음. 그가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하정우 SNS
타이틀은 환상일 뿐, 우아하게 진짜 삶을 지켜내기 위한 가벼운 발걸음. 그가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하정우 SNS

하정우가 방송 등에서 비친 자산관은 명확하다. 돈이란 단순히 남들보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쌓아두는 숫자가 아니라,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나이 먹어서도 우아하게 지켜내기 위한 소중한 가치라는 철학이다.

 

수백억원대 건물을 쥐고 흔들던 이가 이제는 자신이 품었던 환상을 털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겠다는 행보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쥐고 있고 또 무엇을 놓아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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