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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맞냐” 전 세계가 의심했다…19개월 만에 돌아온 ‘올림픽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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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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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다” 외쳤던 대만 복싱 국가대표 린위팅
성별 논란 속 파리올림픽 금메달…또다시 자격 심사
19개월 만에 돌아와 나고야 AG 2연패 도전

“그는 정말 여성인가.”

 

2024 파리올림픽이 한창이던 때, 링 위의 한 선수를 향해 전 세계에서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파리올림픽 금메달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린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파리올림픽 금메달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린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대만 여자 복싱 국가대표 린위팅(31). 그는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왔고, 여자 복싱 선수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될 때마다 그의 주먹보다 ‘성별’이 먼저 화제가 됐다.

 

유명 인사와 정치인들까지 논쟁에 뛰어들었다. 온라인에서는 그의 외모와 신체를 향한 조롱과 의심이 쏟아졌다.

 

린위팅이 싸워야 할 상대는 링 위에만 있지 않았다.

 

성별 논란의 한가운데 선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성별 논란의 한가운데 선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빼앗긴 세계선수권 메달

 

2023년 세계선수권. 당시 국제 복싱을 이끌던 국제복싱협회(IBA)는 대회 도중 린위팅의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 성별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검사 방법도, 구체적인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설명도 오락가락했다.

 

IBA는 지배구조와 재정 문제 등으로 202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이 철회된 단체였다.

 

IOC는 이 결정을 “갑작스럽고 자의적”이라고 비판했고 린위팅의 파리올림픽 여자부 출전을 허용했다.

 

린위팅은 태어날 때 여성으로 등록됐고 여권에도 여성으로 기재돼 있다. 

 

자신의 성별을 의심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 같다는 말을 들었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너는 대체 어떤 남자애냐”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공중화장실에 들어설 때면 낯선 시선이 따라붙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말했다.

 

“I am a woman(나는 여자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말 한마디로 끝나지 않았다. 실제 메달이 사라졌다.

 

린위팅은 이후 자신을 둘러싼 성별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남자’라는 말 한마디가 여성 복서로 해온 모든 노력을 무효로 만들었다. 내가 피가 날 정도로 맞고 링에 쓰러졌을 때, 그들은 그걸 보지 못했다. 그저 기사만 보고 판단했다.”

 

파리올림픽 결승에서 폴란드의 율리아 셰레메타와 맞선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파리올림픽 결승에서 폴란드의 율리아 셰레메타와 맞선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판정 5-0, 그리고 눈물

 

2024 파리올림픽이 시작되자 논란은 더 거세졌다. 린위팅은 말 대신 링 위에서 답했다. 한 경기씩 상대를 꺾고 결승까지 올라갔다.

 

결승 상대는 폴란드의 율리아 셰레메타. 3라운드 내내 린위팅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가 끝났다. 판정은 5-0. 린위팅의 이름이 승자로 불리자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여자 복싱 57㎏급 금메달. 대만 복싱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그는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린위팅은 길게 해명하지 않았다. 금메달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기 기간에 들려온 소음이나 기사들은 코치를 통해 일부 전해 들었을 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IOC의 초청을 받아 경기에 나섰고 오직 경기에만 집중했다.”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코치와 포옹하는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코치와 포옹하는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금메달 따고도 다시 ‘검사’

 

금메달을 딴 뒤 은퇴를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링에 남기로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처음 글러브를 꼈다. 어머니를 위해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오랫동안 ‘여자가 맞느냐’는 의심과 싸워야 했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생겼다.

 

파리올림픽 이후 국제 복싱을 새로 관장하게 된 월드복싱이 출전 자격 규정을 바꿨다. 유전자 검사가 의무화됐고 린위팅도 다시 출전 자격을 확인받아야 했다.

 

파리에서 세계 정상에 섰던 챔피언은 다시 링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경기가 없어도 매일 훈련했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랐지만 체중을 관리하며 몸을 만들었다. 올해 설 연휴가 지나자 한국으로 건너와 2주 동안 훈련했다. 돌아올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3월,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월드복싱 의료위원회가 린위팅의 여성부 출전을 허용했다.

 

파리올림픽 이후 19개월 만이었다.

 

다시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다시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린위팅. 린위팅 SNS 캡처

 

체급 올려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57㎏급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사라졌다. 린위팅은 60㎏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동료를 꺾고 대표 자리를 지켰다. 복귀 첫 국제대회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그가 향하는 곳은 나고야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던 린위팅은 이번에는 60㎏급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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