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억달러 교역 최우방 충돌 점입가경
캐나다 보복관세·경제 다각화 ‘탈미국’ 선언
美슐랭<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이에 위치한 ‘온타리오호’(Lake Ontario)의 공식 명칭을 ‘아메리카호’(Lake America)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 일주일도 안 돼 구글 지도에 바뀐 지명이 적용됐다.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국과 캐나다 간 갈등이 지명을 둘러싼 신경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지시 뒤 바뀐 구글 지도
구글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변경하라는 명령을 내린 데 따라 미국 내 이용자들에게 해당 호수의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표시하도록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구글 지도에 ‘온타리오호’를 검색하면 자동으로 ‘아메리카호’가 표시되고 있다.
구글은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이번 결정이 미국 지명정보시스템(Geographic Names Information System·GNIS)에 등재된 명칭을 사용하는 자사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지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메리카호’로 표시되고, 캐나다에서는 계속 ‘온타리오호’로 표시된다. 미국과 캐나다 이외 지역에서는 두 명칭이 모두 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업데이트는 국가별로 명칭이 다른 수역에 적용해 온 우리의 오랜 정책에 따른 것으로, 현재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이에 맞서 캐나다 쪽 호숫가에 “온타리오호.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Lake Ontario. Now and forever.)”라고 쓰인 대형 메시지를 내걸었다.
지난해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남부의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국경 맞댄 미·캐 갈등 심화
미국과 캐나다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게 경제적으로 연결된 이웃 국가로 꼽혀왔다. 양국 간 상품·서비스 교역은 하루 20억달러를 웃돌 정도로 규모가 크고, 특히 자동차·에너지·농업·제조업 분야에서는 부품과 원자재가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며 생산이 이뤄질 만큼 공급망이 깊게 통합돼 있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출범 이후 이러한 경제적 결합은 더욱 강화됐다. 안보 측면에서도 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핵심 회원국이다. 특히 1958년 창설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를 공동 운영하며 북미 영공과 대륙 방위를 사실상 함께 책임져왔다.
경제와 안보 양면에서 이처럼 밀접하게 얽혀 있던 양국 관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이민 등을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면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양국 무역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 미국은 지난 22일 0시를 기해 약 200억달러(약 28조원)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대상 품목은 일부 유제품과 맥주·와인 등 주류, 하키용품,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등으로, 지난해 기준 총수입액의 5.2%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50%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1930년 제정된 이후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관세법 338조를 꺼내 들었다. 해당 조항은 외국이 미국 상품이나 상거래를 차별한다고 대통령이 판단할 경우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캐나다는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캐나다가 밝힌 관세 부과 대상은 미국산 철강과 낙농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등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과 전쟁 중”이라며 “공격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고,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의 보복 관세 조치는 내달 8일부터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경제 다각화 전략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독주에 맞선 ‘중견국 연대’를 주장한 바 있다. 외교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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