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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에 월드컵 정상…빈민가 소년 야말의 '304'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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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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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적도기니 이민자의 아들 라민 야말
골 넣을 때마다 매번 ‘304’를 새기는 이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북동쪽으로 30㎞ 떨어진 인구 13만의 도시 마타로. 그 변두리에는 모로코와 서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로카폰다가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는 이곳을 “잊히고, 고립되고, 낙인찍힌 곳”이라고 했다.

 

이 동네에서 자란 한 아이는 골을 넣을 때마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만든다. 3. 0. 4. 로카폰다 우편번호의 끝 세 자리다.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2026년 7월 19일,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 경기 중, 라민 야말이 팀 동료 페란 토레스의 팀 첫 골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
2026년 7월 19일,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 경기 중, 라민 야말이 팀 동료 페란 토레스의 팀 첫 골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

그는 어린 시절을 이렇게 돌아봤다.

 

“어머니는 열여섯에 나를 낳았다.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밖으로 나서야만 했다. 집에 먹을 것을 가져오려고 거리에서 물건을 줍기도 했다. 진짜 압박은 이런 거다.” 

 

아버지는 모로코에서, 어머니는 적도기니에서 왔다.

 

가자지구 잔해에 그려진 라민 야말 벽화. AP뉴시스
가자지구 잔해에 그려진 라민 야말 벽화. AP뉴시스

 

아이는 어느새 열아홉이 됐다. 

 

그리고 올해 여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이름은 라민 야말이다.

 

어머니의 텅 빈 지갑

 

세 살 무렵 부모가 헤어졌다. 야말은 어머니가 사는 그라노예르스와 아버지가 사는 로카폰다를 오가며 자랐다. 어머니 쉴라 에바나는 맥도날드에서 장시간 일했다. 어린 야말이 그녀를 보는 건 대개 퇴근한 밤이었다.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등록비도 유니폼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능성을 본 동네 클럽 라 토레타가 그 비용을 지원하며 길을 열어주었다.

 

야말은 지난 6월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없으면 아이에게 축구를 시키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내가 축구를 계속하도록 모든 걸 했다.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이라고 말했다.

 

로카폰다에서 라 마시아로

 

‘라민’은 아랍어로 정직하고 믿을 만한 사람, ‘야말’은 아름다움을 뜻한다.

 

정직함과 아름다움을 이름에 새긴 소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을 놓지 않았다. 동네 클럽에서 또래를 압도하던 재능은 곧 소문이 났다. 여섯 살, 작은 운동장에 바르셀로나 스카우트가 찾아왔다.

 

소년은 곧 ‘라 마시아’로 향했다. 리오넬 메시를 길러낸 세계 최고의 유소년 아카데미. 소년의 우상도 메시였다.

 

훗날 그를 지도한 아카데미의 한 코치는 “이 아이에겐 다른 아이들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래보다 빨랐고, 또래보다 대담했다.

 

열다섯이 되던 해, 그는 1군의 문을 두드렸다. 구단 100여 년 역사상 최연소 데뷔였다.

 

유로 2024 준결승 프랑스전에서 유로 역대 최연소 골을 넣었다. AP뉴시스
유로 2024 준결승 프랑스전에서 유로 역대 최연소 골을 넣었다. AP뉴시스

 

‘최연소’라는 이름표

 

재능만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또래와 뛰던 소년은 이제 라리가의 성인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해야 했다. 바르셀로나는 성장기였던 그를 위해 근력과 유연성을 함께 키우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몇 달 사이 근육량은 약 7㎏ 늘었다. 그렇게 성인 무대에서도 밀리지 않는 몸이 만들어졌다.

 

클럽에서 빠르게 주축이 됐다. 열여섯이던 2023-24시즌부터 라리가와 국내 컵대회를 휩쓰는 데 앞장섰다. 열일곱에 발롱도르 후보, 열여덟엔 발롱도르 2위에 올랐다.

 

대표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열여섯에 스페인 대표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엔 유럽선수권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유로 역사상 최연소 득점이었다.

 

찬사 속에서도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내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갈 길이 멀고, 고쳐야 할 게 많다는 것도 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승컵 들고 환호하는 라민 야말(가운데). AP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우승컵 들고 환호하는 라민 야말(가운데). AP뉴시스

 

열아홉, 세계 정상에 서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야말은 스페인 공격의 오른쪽을 맡았다. 개인 득점은 많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패스와 공간 창출로 활로를 뚫었다. 그리고 스페인은 16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사람들은 이제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부모의 지갑이 아이의 출발선을 정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로카폰다의 소년은 재능만 믿지 않았다. 가난 속에서도 공을 놓지 않았고,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에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축구팀 등록비조차 없던 아이는 결국 세계 정상에 섰다.

 

폭격으로 무너진 가자지구의 콘크리트 잔해 위에도 그의 얼굴이 그려졌다. 차별과 가난 속에서 자라는 많은 아이들에게 그는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야말은 골을 넣을 때마다 여전히 손가락으로 ‘304’를 만든다.

 

자신이 떠나온 곳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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