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조직 없는 정치신인, 기득권 ‘높은 벽’
높은 기탁금 내고 토론회 한번 못 가져
‘청년 강퇴’ 경선 없애려면 구조 바꿔야
청년을 ‘득표 도구’로 보는 시각이 문제
급하면 ‘벼락 발탁’… 위기 지나면 외면
지도부 필요따라 청년제도 폐지·부활
청년엔 원칙·기득권엔 특혜 ‘이중잣대’
2030 떠난 게 아니라 당이 먼저 등돌려
미래 위해 시혜 아닌 육성 시스템 필요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김보미(37) 전 전남광주 강진군의회 의장은 민주당의 청년층 지지 이탈 원인으로 ‘공정의 상실’을 꼽았다. 청년에게는 원칙을 들이대면서 기성 정치인에게는 예외를 허용하고, 청년을 당의 의사결정 주체가 아닌 득표 도구로 바라보는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제 무산과 높은 기탁금, 지도부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청년 제도를 민주당 청년 정치의 한계로 지적했다. 지난 23일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그는 자신의 낙선보다 돈·조직·계파가 없는 청년이 정책과 실력을 보여주기 어려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던 정민철·김형남 청년 후보도 모두 본경선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김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
―2030이 민주당을 떠난 이유는.
“원인은 공정의 상실이다. 청년이 민주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먼저 청년을 떠났다. 청년에게는 원칙을 들이대고 기득권에게는 특혜를 주는 이중잣대, 진영에 따라 환호와 비난이 뒤바뀌는 정치에 2030은 완전히 질렸다. 분노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도 평가도 없이 넘어갔고 이번 전당대회도 정책 경쟁보다 적통 논쟁과 계파 공방으로 흘렀다.”
―청년을 보는 당의 시각은.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이 청년 표심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 자체가 문제다. 청년을 동료 주주가 아니라 득표 도구로 보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청년최고위원제는 표심 마케팅이 아니라 당 의사결정 구조에 다음 세대의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기자회견 때는 청년 정치인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사진을 찍지만 청년 정치인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 비난이 쏟아진다.”
―청년 제도가 왜 이어지지 않나.
“민주당의 청년 제도는 청년의 권리가 아니라 지도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버려져 왔다. 선거가 급하면 ‘벼락 발탁’으로 데려오고 위기가 지나면 폐지하며, 청년이 진짜 도전자로 커지면 문을 닫는다.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의결한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제도 최고위원회가 부결시켰다. 청년의 자리가 계파 간 협상 카드로 쓰였다면 그것이 청년이 민주당을 떠나는 이유다.”
―기성 정치권의 문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32세 청년 김민석을 비롯해 386세대를 과감히 영입했고, 그분들은 30년째 정치를 하고 있다. 본인들은 됐는데 왜 지금 청년들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실력을 보여줄 링은 주지 않으면서 실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한국 청년 정치의 현실이다. 본인들이 청년일 때 기득권을 향해 외쳤던 말을 지금 청년이 똑같이 하는데 기분이 나쁘다면 이미 기득권이 됐다는 뜻이다.”
―청년과 당 의제의 괴리는.
“검찰개혁이니 뭐니 저희 세대에는 하나도 와닿지 않는다. 저희 세대에는 민생과 일자리 문제가 더 중요하다. 청년 삶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인데 ‘너희가 게을러서 그렇다’, ‘스펙을 안 쌓았다’, ‘눈이 높다’며 책임을 전가한다.”
―이번 경선에서 드러난 문제는.
“후보 등록과 후원회 준비에만 나흘이 걸린다. 닷새 중 사실상 하루를 가지고 무슨 선거운동을 하나. 토론회는 한 번도 없었고 청중 없이 동영상 한 번 촬영한 것이 공식 기회의 전부였다. 비싼 기탁금과 조직 동원, 계파 중심 경선에서 신인은 실력을 보여줄 장 자체가 없다. 구조를 바꾸지 않고 청년에게 도전하라고 말하는 것은 사다리 없이 옥상으로 올라오라는 말과 같다.”
―낙선 결과는 어떻게 보나.
“저의 부족함이 첫 번째이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만 청년 후보 전원 탈락은 지금의 경선 구조로는 어떤 청년도 불가능하다는 증거다.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실패다. 청년의 도전을 닷새 만에 끝내버리는 ‘청년 강퇴 예비경선’은 다시 없어야 한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바뀌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출직 청년최고위원을 당헌에 명문화하고 청년위원회를 청년정책 최고 의결기구로 격상해야 한다. 당 예산 일부에 대한 청년 편성권도 줘야 한다. 자리가 아니라 예산과 결정권이 협상력을 만든다. 한마디로 시혜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민주당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다. 누가 적통이냐며 계보를 따지고 있지만 저는 민주당의 도전 정신을 적통으로 받아 계속 도전하겠다.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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