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포탑·대드론·경량화가 새 흐름
K-2 유럽 수출엔 기술·시장 전략 고도화
한동안 주춤했던 신형 전차 개발 프로젝트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지역에서 군비 증강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전차 개발 프로그램에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군비 확충과 자국 산업 진흥을 동시이 추구하는 유럽 각국에선 신형 전차 프로젝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고, 틈새 시장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K-2 전차를 폴란드에 대거 수출한 한국이 유럽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시장 세분화 등 정교한 수주 전략과 더불어 기술적 진보가 발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로사토리에 등장한 신형 전차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Eurosatory) 방위산업 전시회.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방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에서 다수 업체가 신형 전차 컨셉과 수출형 모델을 선보였다.
독일·프랑스 합작사인 KNDS는 새로운 전차인 캡인트(CAPINT)를 공개했다.
캡인트는 현재 개념 실증 단계로서 공식 개발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캡인트는 독일산 레오파르트 2A8을 개조한 차체에 무인 포탑을 얹은 개념이다.
승무원은 3명이 탑승한다. 주포는 120㎜ 활강포지만, 140㎜로도 교체할 수 있다.
30㎜ 기관포와 12.7㎜ 기관총으로 구성된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는 드론 요격이 가능하다.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인식, 자동 센서 관리, 예측 정비, 임무 계획 및 의사 결정 지원이 가능해 승무원의 작업 부담을 낮추면서 작전 속도를 높인다.
KNDS는 독일산 레오파르트 전차를 대폭 개량한 레오파르트 2A8과 레오파르트 2 ARC 3.0도 선보였다.
레오파르트 2A8은 수십년간 개량을 거듭해온 레오파르트 계열 전차의 기술적 진화를 상징한다.
네트워크형 전장 관리 시스템을 통해 향상된 실시간 드론 데이터 통합이 가능하다.
레오파르트 2 ARC 3.0은 기술 연구 성격에 가까운 전차다.
무인 포탑과 더불어 승무원 3명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차체 구조를 재설계했다.
포탑 바스켓을 없애고 승무원을 탄약으로부터 격리해 생존성을 높이고, 무게는 줄였으며, 다양한 구경의 주포 운용이 가능해졌다.
KNDS는 프랑스군이 운용하는 르클레르 전차를 개량한 르클레르 XLR도 공개했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와 독일 라인메탈이 합작한 LRMV도 엔엠비티(NMBT)를 개발하고 있다.
이탈리아군이 쓰는 아리에테 전차를 대체할 NMBT는 독일산 KF-51 전차에 이탈리아산 주포를 결합한 형태다.
주포는 120㎜ 활강포를 사용하며, 공중폭발탄을 쏠 수 있는 RCWS와 소형 배회탄약 발사대를 갖춘다.
복합장갑과 더불어 8시간 동안 열·소음을 내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통해 적군에게 포착될 위험을 낮춘다.
승무원은 지휘관·포수·조종수에 무인체계 운용요원 1명이 추가된다.
튀르키예 FNSS와 체코 CSG가 공동개발한 CFL-120 카르파트(Karpat)는 증가하는 전차의 중량 문제를 해소, 작전 지역 전개 능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120㎜ 저반동 활강포를 탑재하면서도 전투중량을 34t으로 낮췄다. 전투중량 감소는 철도, 도로 수송을 용이하게 한다.
60∼70t급 전차를 감당하기 어려운 교통 인프라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병참 체계에 상당한 이점이 된다.
한국 현대로템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주력 전차 중 하나로 인정받는 K-2 전차의 최신 수출형 K-2 EX를 공개했다. 한국군 운용 경험에 개선 사항을 접목한 형태다.
현대로템은 무인포탑형 대드론 다층방호체계도 선보였다.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 중인 AI 기반 방호 기술로 AI 탐지·식별 알고리즘을 통해 적 드론 종류와 거리, 고도 등을 자동 분석하고 순차적, 연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통합 대신 개별 행동 기조 뚜렷
유로사토리에서 새로운 전차가 대거 등장한 것은 △유럽 재무장과 흔들리는 공동개발 △전차 노후화 △우크라이나 전쟁 △수출 경쟁 격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고 있다.
늘어난 국방비는 대부분 자국 방위산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 주요국 전차들은 냉전 말기와 1990년에 도입되어 수명주기 만료를 눈앞에 뒀다.
운용중인 전차는 노후화하는데, 국방비는 증액되고 방산업계 투자는 늘어났다.
방산업체들이 새 전차 시장 장악 준비를 할 여건이 갖춰진셈이다.
유럽 내 공동개발 프로그램이 위기 국면에 접어든 것도 업체들의 개별 개발 행보를 가속화한다.
프랑스·독일 주도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개발이 좌초되면서, 양국간 전차 공동개발사업인 차세대 전차(MGCS)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동개발 계획이 흔들리면서 유럽 주요국은 독자적인 전차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급박한 재무장 여건을 감안하면 새로운 전차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 전차를 토대로 성능 강화를 추구하는 개념이 더 많은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능동파괴장치(APS)와 대드론 장비는 필수품이 됐다.
승무원을 탄약고에서 격리하는 설계구조, 승무원이 전차 안에서 기관총을 쏘는 RCWS도 마찬가지다.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에서 나온 것들이다.
수출 경쟁도 전차 프로그램 증가를 부추진다.
한국과 튀르키예처럼 비유럽 국가도 신형 전차를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도 매출 증대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역내 및 역외 수출을 꾀하는 모양새다. 전차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구도에서 가장 큰 변수는 MGCS가 지목된다. MGCS과 축소 또는 폐기되면 각국의 전차 개발이 대안이 된다.
슬로바키아가 진행중인 전차 사업도 변수다.
슬로바키아는 레오파르트 2A4 전차를 보완할 경량 전차 도입을 고려중이다. 튀르키예의 카르파트가 선정되면, 중전차와 경량 전차로 유럽 시장이 양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K방산이 전차 시장 뚫으려면
K방산이 폴란드 수출 실적을 토대로 유럽에서 전차 수주 물량을 확대하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럽은 역내 방산물자 조달 비중을 높이고 있다.
독일산 레오파르트 2 계열 전차가 이미 유럽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서 K-2 전차보다 훨씬 오랜 시간 정치적·군사적 신뢰를 구축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같은 진입장벽들을 넘어서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인증과 표준화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현대로템은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나토 품질보증을 받았다. 이를 탄약 및 정비 규격 등으로 넓혀야 한다.
시장 세분화도 필수다.
동유럽은 교통이 불편하고 인프라가 열악해서 중전차 운용에 제약이 있다. 따라서 전투중량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중형전차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유럽 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분류하는 대신 다양한 수요가 뒤섞인 틈새시장들의 집합체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첨단 기술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필요도 있다.
유럽이 무인포탑 등을 적용한 신기술 개발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기존 K-2전차를 개량한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130㎜ 주포를 탑재하는 등 차세대 기술이 적용된 K-3 전차 개발을 진행,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속한 납품’이라는 기존 장점 유지도 필수다.
유럽 방산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K방산의 기존 장점인 납기 준수와 가성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차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유럽 각국은 신형 전차를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한국도 전력증강과 더불어 수출 증대를 위해선 K-2 전차 개량 및 수출 전략 고도화와 더불어 첨단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방산업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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