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경쟁력 취약
고부가가치 팹리스 분야 강화 필요
소부장 국산화에 공급처 다변화를”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메모리 분야 외엔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소재와 부품 장비 업체들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 다수이고, 설계(팹리스)와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하다. 메모리 분야의 호황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을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소재부품장비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키우는 ‘마중물’로 써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메모리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토대로 산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통상 전략 전문가인 박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반도체 산업 구조 다변화의 적기”라며 “메모리에서 창출한 이익을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설계·IP, 전력반도체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非)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곧 메모리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현재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경계 자체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메모리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로직 반도체가 연산을 담당한다는 구분이 비교적 분명했다. 하지만 AI 반도체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칩과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공지능(AI) 가속기가 첨단 패키징으로 결합돼 전체 성능을 좌우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12단 고대역폭메모리 HBM4E 샘플을 출하하면서 최신 6세대 나노 1c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로직 공정을 함께 적용했다. 박 연구위원은 “HBM만 해도 메모리 공정과 로직 파운드리 역량이 결합된 제품”이라며 “앞으로의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로직·패키징 이 세 가지를 시스템으로 묶어내는 역량이 곧 경쟁력이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비메모리 사업 강화에 이어 설계 전문기업인 팹리스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장분석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설계 단계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56%에 달한다.
박 연구위원은 “AI로 인해 고객 맞춤형·고성능·다품종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에서 팹리스는 시스템 반도체 수출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소재와 부품, 장비 산업의 경우 핵심 품목은 국산화하고, 어려운 품목은 공급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며 “단기 충격에 대비해 비축하고, 평상시에는 조기경보 체계로 위험을 감지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은 여러 장비와 소재가 사용되는 특성상 자급자족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반도체 공급망의 극단적 전문화와 지리적 집중 탓에 어느 나라도 홀로 설 수 없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위해 네덜란드가, 유럽은 고성능 반도체를 위해 아시아가 각각 필요하며 중국도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력을 키울 때 한국 반도체는 다음 하강 사이클에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지하철 무임승차 70세 상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23/128/20260623516965.jpg
)
![[데스크의 눈] 한반도 평화공존, 희망과 현실 사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3/128/20260303519674.jpg
)
![[오늘의시선] 세금 올린다고 집값이 잡힐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23/128/20260623516954.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23/128/20260623516944.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