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에 없는 자체브랜드(PB) 상품 판촉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를 인하하는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쿠팡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제출한 자진시정 방안이 최종 받아들여졌다. 경쟁당국은 과징금을 부과하기 보다는 쿠팡이 제시한 30억원 규모의 상생안 등을 시행하는 것이 하도급업체 권익 보호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과 쿠팡의 PB상품 제조 위탁·판매사업을 승계 받은 씨피엘비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업체가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 등은 하도급업체 94곳에게 약정에 없는 PB상품 판촉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를 인하한 행위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쿠팡은 또 314개 업체에 PB상품을 제조 위탁하면서 법정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기명날인이 되지 않은 서면을 교부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쿠팡 측은 제재를 피하고 하도급업체 피해 구제를 위한 시정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3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같은 해 8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확정된 최종 동의의결안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상생안이 포함됐다. 쿠팡 측은 부당한 하도급대금 관련 수급업자를 대상으로 상품 개발, 생산·납품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10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피해업체 94곳에 1000만원씩이 지급되고 나머지 잔액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 관련 업체에 지원된다. 쿠팡 측의 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하도급업체가 PB상품을 홍보하는 데 드는 광고비용 등도 10억원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도급업체 PB상품이 현장 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오프라인 홍보를 할 수 있도록 4억50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쿠팡은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시정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앞으로 발주서에 기명날인이 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PB상품 출시 전 하도급업체와 협의해 결정한 최소 생산요청 수량, 판촉 비용 분담 비율 등을 명문화하는 상품별 부속 합의서도 체결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일부 하도급업체가 판매 증대를 위해 먼저 판촉행사를 제안하는 등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최종 동의의결안을 인용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쿠팡 측이 제시한 상생방안 규모(30억원)가 예상 과징금(최소 6억~최대 11억원)의 약 3~5배에 달하는 등 시정방안 시행으로 하도급업체 매출 증대, 판로 개척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태휘 공정위 하도급조사과장은 “쿠팡 측이 거래질서 개선을 위해 판촉행사 전에 분담 비율, 최소 생산요청수량 등을 계약서에 포함하기로 했는데, 이는 시정명령 등을 통해 달성하기 어려운 시정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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