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레이=남정훈 기자] 이 정도면 ‘축구의 신’이란 수식어도 그의 위대함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모자르다. 1987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 꺾여도 몇 번은 더 꺾였어야 할 나이인데, 그는 ‘에이징 커브’라는 건 범인(凡人)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을 이번 북중미에서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얘기다. 메시가 페널티킥 실축의 아쉬움을 딛고 두 골을 폭발시키며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르헨티나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2차전에서 두 골을 몰아친 메시를 앞세워 오스트리아를 2-O로 격파했다.
자신의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통산 200번째 경기였던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혼자 세 골을 몰아치는 ‘원맨쇼’로 아르헨티나의 3-0 완승을 이끌었던 메시. 이날도 그의 위대함과 기량은 여전했다.
2006 독일부터 2022 카타르까지 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13골을 넣었던 메시는 알제리와의 1차전에서 나온 해트트릭을 통해 역대 1위였던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16골)와 타이를 이뤘다. 이날 자신의 월드컵 17호, 18호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마침내 역대 최다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이번 월드컵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메시가 클로제의 기록을 넘느냐였는데, 메시는 단 두 경기만에 넘어섰다.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다고 했건만 메시는 세월을 거슬러도 한참을 거스르고 있다. 범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는 메시의 위엄이다.
물론 이날 대기록 작성 과정에선 실수도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9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키커로 나선 메시는 가벼운 도움닫기 후 슈팅을 시도했으나 공이 오른쪽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통산 7차례 월드컵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메시의 3번째 실축이었다.
메시는 10분 뒤 또 한 번의 찬스를 날렸다. 마르티네스가 어렵게 연결해 준 공을 잡은 메시는 곧바로 슈팅하는 대신 터치를 한 번 더 가져갔고, 결국 오스트리아 골키퍼 알렉산더 슐라거의 다리에 걸리며 막히고 말았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딱 거기까지가 메시의 관용이었다. 전반 38분, 메시는 기어코 득점포를 가동하며 클로제를 넘어섰다. 티아고 알마다가 왼쪽으로 밀어준 공을 파쿤도 메디나가 컷백으로 연결했고, 쇄도하던 메시가 지체 없는 논스톱 슈팅으로 오른쪽 하단 골망을 흔들며 자신의 17번째 월드컵 득점을 장식했다.
신기록 달성한 메시는 거침 없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메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18호 골이자 멀티 골을 완성했다. 메시의 패스를 받은 훌리안 알바레스가 슈팅을 날린 게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흘러나온 공을 메시가 놓치지 않고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의 첫 슈팅은 수비벽에 막혔으나 메시는 끈질기게 다시 밀어 넣어 골망 정중앙을 가르며 2-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2006 독일부터 2018 러시아까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해 커리어 유일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메시는 2022 카타르에서 오랜 숙원을 풀었다. 2022 카트르 월드컵은 메시가 펠레(브라질)나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 고대 괴수급 레전드들을 뛰어넘어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GOAT(Greatest Of All Time)에 등극하는 대관식이었다.
오랜 숙원을 푼 만큼 대표팀 은퇴가 유력했으나 메시는 예상을 깨고 북중미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세간의 우려는 메시에게 해당되지 않는 모습이다. 흔들림 없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자신이 왜 축구의 GOAT인지를 또 한 번 증명하고 있는 메시다. 이제 메시가 월드컵 리핏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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