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가격 한 달간 30.9% 급락
전쟁 발발 직전인 배럴 당 70달러대
유가 하락분 반영 통상 3∼6주 걸려
빨라야 7월 초·중순 효과 나타날 듯
호르무즈 재봉쇄 등 불안 요인 상존
석유최고가격제 종료 시점 늦춰져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얘기가 오고간 시점을 전후해 국제유가가 최근 한 달간 30% 급락했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2000원대에 머물면서 민생경제 주름이 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종전 양해각서(MOU) 발효로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재개된 지 이틀 만에 이란 측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종전 MOU 위반’을 문제 삼아 해협 재봉쇄를 시사한 데다 향후 통항료 징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유가 안정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길게는 3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그만큼 석유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6월19일 73.61달러로 한 달간 30.9% 급락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중 한때 배럴당 170달러(종가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게 치솟았던 유가가 상당 부분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전쟁 발발 직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5월 셋째 주 2011원에서 6월 셋째 주 2009원으로 하락 움직임이 미미했다. 종전 합의일인 15일(현지시간 14일)만 해도 ℓ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2009.43원과 2004.35원에 달했고, 이후 엿새가 지난 이날도 2008.72원과 2003.44원으로 각각 고작 10원 미만 하락하는 데 그쳤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3∼6주가 소요된다. 국제유가가 정유사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일주일, 주유소 판매가격에 이르기까지 추가로 1∼2주일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최종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빨라야 3주 뒤인 7월 초·중순쯤에나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 합의와 최고가격제 종료가 이뤄지더라도 전쟁 이전인 올해 1∼2월 수준으로 가격이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데다 세금과 유통 마진이 더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아 종전 MOU 위반 논란을 야기하는 등 종전이 제대로 될지 불투명하고, 호르무즈해협 통항료 부과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등 중동 긴장이 계속되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할 만큼 현지 정세 변화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해협 재봉쇄나 통항료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거나 원유 운송 차질 및 운송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길게는 국내 가격 반영에 3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며 “중동에서의 해상 운송 기간을 고려하면 보통 2∼3주가 더 소요되는데, 현재 여러 국제적 변수로 인해 그보다 더 지연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도 “현재 호르무즈해협의 상황을 고려하면 재고 수급의 병목현상이 심할 것”이라며 “환율과 국제 석유제품 가격 등 변수까지 더해지면 평소보다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석유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늦추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국제유가가 장기간 안정세를 이어간다면 다음 달 종료될 여지도 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자원안보실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쟁 국면이 빠르게 전환되는 만큼 최고가격제 유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다면 1∼2주 간격으로도 논의를 진행해 상황에 맞춰 종결 여부 등을 조기에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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