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상위 인공지능(AI) 모델 '미토스'를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 국적자들이 일체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토스' 기반의 사이버 보안 협력 프로젝트에 가입해 AI발 사이버 위협 대응력을 높이려 했던 우리 정부와 대기업들의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앤트로픽은 12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안보 당국의 지침에 따라 외국 국적자의 '페이블5'와 '미토스5' 접근을 제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해외 이용자는 물론 미국에 사는 외국인과 앤트로픽 내부의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주요 투자사인 아마존이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을 악용하면 사이버 공격에 쓰일 위험한 정보를 빼낼 수 있다고 미국 당국자에 알리자, 미국 정부가 외국 정부와 기업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 측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해명했으나, 일단 미국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두 모델의 고객 접근을 전면 중단했다.
◆ 미토스 협력 첫발 뗐는데…美 수출통제 변수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 보안당국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페이블5와 미토스5는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로, 이 가운데 미토스5는 사이버보안 목적의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통해 제공돼 왔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미토스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탐지하고 보완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운영되는 글로벌 AI 보안 협력체다.
앤트로픽은 지난 2일 프로젝트 글래스윙의 참여 대상을 전 세계 15개국 150개 기관으로 넓혔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국가대표 ICT 기업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들 기업은 글래스윙 가입과 함께 미토스5의 접근권을 따냈지만, 실제 기술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미국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히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즉각 앤트로픽 측과 접촉하며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앤트로픽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 "소버린 AI 가치 재부각…국가적 안보 자산 차원의 독자 모델 키워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AI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진단한다. 그동안 미국의 AI 통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첨단 반도체 같은 장비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AI 소프트웨어 모델 자체를 수출통제 대상에 올리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외 기술에만 매달릴 경우 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국내 핵심 보안이나 산업 기술이 단숨에 마비될 수 있다는 위험이 증명됐다. AI가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부상하는 만큼 유사시에 대비해 독자적인 핵심 AI 모델과 보안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미국 정부 조치를 두고 AI가 국가안보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배경에 '탈옥'에 대한 우려를 꼽고 있지만, 이를 순수한 보안 문제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AI 안전 문제뿐 아니라 국가안보, 산업정책, 기업 경쟁 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제는 최첨단 AI 모델 자체가 국가안보 자산이자 수출통제 대상이 됐다"며 "국내 AI 서비스 상당수가 미국 빅테크 기업의 모델 위에서 돌아가는 만큼, 특정 국가가 정책을 바꾸면 국내 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버린AI 논의 역시 기술 개발 경쟁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접근권·책임성·신뢰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거버넌스 차원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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