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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멜론 TOP100까지…리센느는 왜 사랑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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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선 인턴기자 hurrypot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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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야호”에서 러브어택 역주행까지
노력과 개성, 그리고 음악이 만든 성장 서사

“한 번도 빛난 적 없었던 미지의 향으로 온 세상을 물들여”

 

각종 밈과 유튜브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며 ‘중소돌의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걸그룹 리센느. 리센느 인스타그램 캡처
각종 밈과 유튜브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며 ‘중소돌의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는 걸그룹 리센느. 리센느 인스타그램 캡처

걸그룹 리센느의 대표곡 중 한 소절인 이 문장은 현재 대중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이들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리센느는 데뷔 2년 만에 온·오프라인에서 각종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제 야호~!”, “난 파라파라나 추고 있어야겠다”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리센느는 대형 기획사 중심의 K팝 시장에서 보기 드문 ‘중소돌의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자본과 인지도의 벽이 높은 아이돌 시장에서 중소 기획사 아이돌 리센느가 어떻게 대중의 선택을 받게 됐는지 살펴봤다.

 

◆“거제 야호”부터 사투리까지…꾸밈없는 매력 통했다

 

원이가 미나미에게 갸루의 자세를 배우던 중 “거제 야호-!” 멘트에 당황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원이가 미나미에게 갸루의 자세를 배우던 중 “거제 야호-!” 멘트에 당황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가장 인기를 끈 것은 “거제 야호~!”였다.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원잘부)’에 출연해 갸루 콘셉트로 말한 한마디다.

 

갸루는 일본 여성들의 스타일 중 하나로 독특한 패션과 말투, 가치관을 특징으로 한다. 해당 영상에는 갸루를 완벽히 소화한 미나미가 원이에게 갸루 말투와 자세, 패션 등을 알려주는 모습이 담겼다.

 

그 중 차에서 둘이 대화하는 장면이 주목을 받았다. 갸루 패션으로 탈바꿈한 원이는 미나미에게 “너 지금 이러고 거제 가잖아? 너 거제 시민들한테 혼나 진짜”라고 말했고, 미나미는 곧바로 웃으며 특유의 콧소리로 “거제 야호-!”라고 받아쳐 원이를 당황시켰다. ‘야호’는 일본 젊은 층이 친근하게 사용하는 가벼운 인사 표현이다. 미나미는 이어 “항상 퀸의 마인드, 항상 갸루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생활할 때 힘들고 손해보는 게 없다”고 말하며 끝까지 갸루 콘셉트에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재치 있으면서도 따라하기 쉬운 이 멘트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밈으로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요즘 곳곳에서 “OO 야호” 등의 문구가 자주 등장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제 야호”가 열풍을 일으키며 리센느는 지난 5월 22일 거제시의 온라인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해당 영상은 5일 기준 218만회를 기록했으며, 이후 올라온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 영상은 인터넷에서 크게 화제가 돼 공개 13일 만에 576만회를 돌파하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원이와 제나가 하루종일 각자 지역의 사투리를 쓰는 콘텐츠를 진행하는 장면.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원이와 제나가 하루종일 각자 지역의 사투리를 쓰는 콘텐츠를 진행하는 장면.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갸루뿐 아니라 사투리 콘텐츠도 대중의 호감을 샀다. 원이는 미나미에 이어 같은 멤버 제나와 함께 하루종일 사투리를 쓰는 영상을 선보였다. 원이와 제나는 경상남도 거제시와 경상북도 경주시 출신으로 둘은 영상에서 소탈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실제 고향 사투리를 써 친근함을 자아냈다. 사투리 관련된 첫 영상은 439만회 조회수를, 성수에서의 두 번째 영상은 공개 6일만에 368만회 조회수를 넘겼다.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자체 제작 콘텐츠(자콘)가 수십만 조회수가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 기획사 아이돌의 자콘이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리센느는 유튜브 플랫폼을 활용해 자신들의 매력을 아낌없이 내보였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아이돌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리센느가 보여준 사투리와 지역색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세련되고 완벽한 모습보다 소탈한 성격과 예능감, 자연스럽고 유쾌한 모습, 인간적인 매력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의도된 연출보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과 개성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주목을 받은 요인이 됐다. Q&A에 따르면 멤버들은 각자의 캐릭터 아이디어를 원이나 담당 PD에게 제안하고, 채택되면 채널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콘텐츠가 제작된다.

 

그룹 리센느의 공식 채널이 아닌 원이 개인의 채널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해당 채널은 화제 이후 열흘만에 구독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개설 4개월만에 68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성장했다.

 

◆직접 발품 팔고 흙바닥 운동장에서 공연

 

리센느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의 과거의 행보에도 주목하는 흐름이 벌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흙바닥 운동장에서 공연을 펼치던 영상과 소속사 대표의 노력이 재조명됐다.

 

리센느가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채널 ‘TOON STUDIO’ 캡처
리센느가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채널 ‘TOON STUDIO’ 캡처

 

리센느의 소속사는 더뮤즈엔터테인먼트로, 이주헌 대표가 2020년 설립해 소속 가수가 리센느뿐인 신생 기획사다.

 

이 대표는 보컬 그룹 하이브로우의 가수 출신이며 대표가 된 이후 직접 발로 뛰며 그룹을 알렸다. 리센느 데뷔 초기에는 자신이 가입한 아스날 축구 팬 카페에 홍보글을 올렸고,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을 우연히 길에서 만났을 때도 신인 걸그룹 리센느를 소개하며 협업 기회를 찾았다. 지금과 달리 인지도가 없던 시절 대표가 직접 팀을 홍보하기 위해 뛰어다닌 흔적들은 온라인상에서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캐스팅 일화에서도 대표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미나미는 대표의 연락을 받고 2주 뒤 한국에 갈 예정이었다고 말했는데 대표는 이미 미나미를 만나기 위해 일본에 가 있었다. 미나미는 그런 대표의 열정을 보고 이 회사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원이도 비슷한 경우다. 원이는 2024년 3월 데뷔 쇼케이스에서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원이의 유튜브 영상을 본 대표가 직접 연락해 거제까지 내려가 어머니를 만났고 대화 30분만에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한다. 원이는 대표의 모습에 진심을 느껴 이 회사를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며 어머니도 원이에게 ‘이 회사로 꼭 들어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주헌 대표가 아스날 축구 팬 카페에 직접 올린 리센느 홍보글. 네이버 카페 ‘아스날리쉬’ 캡처
이주헌 대표가 아스날 축구 팬 카페에 직접 올린 리센느 홍보글. 네이버 카페 ‘아스날리쉬’ 캡처

 

데뷔 이후에도 이 대표는 팬사인회를 찾아 팬들의 의견을 직접 들었고, 멤버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버클리 음대 작곡 전공 출신인 그는 전담 작곡팀을 꾸려 음악 제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팀을 알린 것처럼 멤버들 역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초등학교 운동장 공연부터 각종 예능·유튜브 출연, 꾸준한 라이브 방송까지 이어가며 팬들과 접점을 넓혀왔다. 최근의 화제성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2년간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밈만 뜬 게 아니었다…’러브어택’ 역주행 이끈 음악의 힘

 

멤버들이 이끈 화제성은 리센느의 음원 역주행으로도 이어졌다. ‘향기를 음악에 녹인다’는 콘셉트를 가진 리센느의 곡들은 웰메이드곡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2024년 8월 발매한 미니 1집 ‘SCENEDROME(씬드롬)’의 타이틀곡 ‘LOVE ATTACK(러브어택)’은 지난 5월 28일 멜론 TOP 100 차트에 재진입했다. 5일 오전 12시에는 탑 100 11위라는 신기록을 갱신했다.

 

‘러브어택’은 그래미닷컴이 발표한 ‘2024년을 뜨겁게 달군 K팝 10곡’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미니앨범 ‘씬드롬’(SCENEDROME)은 빌보드가 선정한 ‘2024년 베스트 K팝 앨범’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Deja Vu’, ‘Runaway’ 등 다른 곡들도 재조명되면서 멤버들의 화제성과 음악 경쟁령이 맞물려 리센느의 성장에 큰 시너지를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8월 발매한 미니 1집 ‘SCENEDROME(씬드롬)’의 콘셉트 포토. 리센느 인스타그램 캡처
2024년 8월 발매한 미니 1집 ‘SCENEDROME(씬드롬)’의 콘셉트 포토. 리센느 인스타그램 캡처

 

리센느의 약진은 단순한 밈 열풍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형 기획사의 막대한 자본과 마케팅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소돌의 기적’은 어느새 과거의 이야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리센느는 멤버 개개인의 개성과 친근한 콘텐츠, 그리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앞세워 팬덤 밖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냈다. 팬덤 규모와 자본력의 한계를 넘어선 리센느의 행보가 더욱 관심과 응원을 받는 이유다.

 

네티즌들은 “이토록 아이돌이 성공하기를 원하는 건 처음이다”라며 “얻어걸린 게 아니라 진짜 열심히 해온 사람들이라 더 응원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소속사가 미감 좋고 퀄리티 높은 노래를 가져와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유튜브 댓글에서는 “아이돌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빽 없이 성공을 꿈꾸기 어려워진 시대에 지방에서 올라와 순수 체급으로 꿈을 이뤄낸 소녀들은 심금을 울려버린다”며 리센느에게 한국인이 꽂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했다.

 

한편 리센느는 오는 7월 데뷔 후 첫 리메이크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고 컴백에 나선다. “거제 야호”로 시작된 화제성이 팀 인지도와 음원 성적으로까지 이어진 가운데, 중소 기획사 걸그룹의 새로운 성공 사례를 써내려가고 있는 리센느가 이번 컴백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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