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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없이 안전진단”… 붕괴 징후에도 지지대 설치 안 해

입력 : 수정 :
채명준·유경민·차승윤·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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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고, 인명피해 왜 컸나

교각 위 철근·콘크리트 부식 심각
철거 과정 중 충격 못 견디고 ‘쿵’
‘슬래브 침하’라는 전조 증상 불구
500㎏ 인원, 거더 안 무리한 투입
“기본만 지켰어도 막을 사고” 지적

26일 서울 한복판에서 6명의 사상자를 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의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추정된다.

우선 교각 위에서 슬래브를 받치고 있는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의 철근과 콘크리트의 부식 정도가 예상보다 심했을 경우다. 내구도가 떨어진 거더가 철거 과정 중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사고 현장 모습.
2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사고 현장 모습.

다른 하나는 거더가 옆으로 넘어진 경우다.

평상시 거더 전체를 덮고 있던 슬래브(다리 최상단의 콘크리트판)를 거더 면적에 맞춰 절단하면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때 어떤 외력에 의해 교각 위 ‘工’ 모양으로 얹혀 있어야 할 거더가 옆으로 쓰러지며 ‘H’ 모양이 되면 자체 하중도 견디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명피해의 근본적 원인은 공사관계자들의 1% 부족한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어떤 구조적 원인이 있었더라도 60년 된 고가차도 철거 과정에서 안전 사항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안전관리 계획서를 다 확인해 봐야겠지만 (철거 작업 중) 무너질 때는 당연히 밑에서 거더가 무너진다. 이를 막기 위해 지지대가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지지대가 없었다”며 “이런 부분들이 계획서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이 계획서대로 시공을 안 했다면 시공의 문제점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현장에서 26일 오후 2시33분쯤 고가 상판 일부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관계자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사진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붕괴 사고 장면을 시간순(왼쪽부터)으로 나열한 것이다. OBS 방송화면 캡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현장에서 26일 오후 2시33분쯤 고가 상판 일부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관계자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사진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붕괴 사고 장면을 시간순(왼쪽부터)으로 나열한 것이다. OBS 방송화면 캡처

사전에 붕괴 징후를 포착한 뒤 벌인 안전진단 과정에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점은 이번 사고의 피해를 키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슬래브 침하는 명백한 붕괴 전조현상인데 지지대 설치도 하지 않고, 드론이 아닌 500㎏에 달하는 성인 6명이 거더 안으로 들어간 것은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학과 학장은 “안전장치 없이 안전진단을 하다 안전사고가 난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병에 걸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안전 진단하는 사람들의 안전장치, 헬멧이라든지 만약에 추락할 때 추락 방지용 장치라든지 걸어놓게 했어야 했다. 안전에 대한 매뉴얼만 지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안전사고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서소문 붕괴사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예정된 유세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나란히 현장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현장을 방문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엇보다 지금은 사고가 조속히 수습되고, 시민의 일상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사관계자와 서울시에서도 사고 수습과 시민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도 현장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서울시장의) 직무가 정지돼 있지만, 현직 시장으로서 정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시간 이후 모든 선거운동은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도 유세 일정을 중단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안전에 대한 대비 없이 (공사를) 한 게 아닌지 저희가 따져보겠다”고 했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사고 현장을 신속하게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비한 철저한 현장 안전조치를 병행하면서 소방·경찰·철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을 신속히 수습하는 한편, 사망자 유가족에게는 지원 절차에 따라 생활안전지원금 등이 지급하고, 유가족 전담 서울시 공무원이 일대일로 배치해 장례절차 및 생활안정 지원 등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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